2005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주빈국(한국) 조직위원회가 22일 독일 레겐스부르크의 문학 카페 ‘에스프리’에서 연 ‘한국 문학 순회 낭독회’에는 80여 명의 독일인 문학애호가들이 찾아와 열기가 고조됐다. 낭독자로 나선 소설가 강석경, 한강 씨도 분위기에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이처럼 열성적인 청중이 많이 찾아온 데에는 독일의 한국 책 전문 인터넷 서점인 ‘코리아 북 서비스’가 이 행사를 공들여 홍보해준 게 한몫을 했다. 이 인터넷 서점은 독일인 헬무트 헤저 씨가 레겐스부르크대에서 한국어문화 강좌를 수강한 뒤 문을 열었다.
이처럼 외국 대학 내의 한국 관련 학과와 강좌는 한국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유럽국가 가운데 한국 교민(3만 명)이 가장 많은 독일의 경우 한국 관련 학과나 강좌를 개설한 대학은 모두 여섯 군데였다.
그러나 최근 독일 내 한국학과가 재정난 등의 이유로 잇따라 사라지고 있어 교민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레겐스부르크대의 한국어 강좌를 맡고 있는 김영자(65) 박사는 “베를린 훔볼트대의 한국학과(당시 교수 4명)가 2002년 폐과됐다. 튀빙겐대 한국학과 역시 그해 1명 있던 교수가 퇴임한 뒤 새로 뽑지 않는 바람에 유명무실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올해 가을 학기에, 함부르크대학의 한국학과 교수도 내년 가을 학기에 정년을 맡게 되지만 후임을 뽑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동서독 통일 비용과 실업난(500만 명)으로 인해 독일 정부가 교육분야의 예산을 줄여 나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학과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다 못해 독일 일간 차이트 지의 전 발행인인 대기자 테오 좀머 씨는 4월 독일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국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독일에는 한국인 2, 3세가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을 잘 아는 독일인들은 앞으로 더욱 필요하다. 독일 내 한국학의 고사(枯死)를 이대로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교민들과 유학생 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레겐스부르크=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