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들의 정보를 이용해 몰래 유료 부가서비스에 가입시킨 뒤 이용료를 받아 온 이동통신사는 회원들이 본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해당 이동통신사가 이미 부당하게 징수한 이용료를 모두 돌려줬더라도 회원정보를 무단 이용한 것은 사생활 침해로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위자료까지 줘야 한다는 것.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崔炳哲)는 28일 강모(28) 씨 등 ㈜KTF 이용자 146명이 “KTF가 회원정보를 몰래 이용해 부가서비스(매직앤)에 가입시켜 이용료까지 받아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KTF는 회원 1인당 30만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문제의 매직앤 서비스는 휴대전화로 무선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이나 노래 등을 다운받고 주식정보도 조회할 수 있는 휴대전화 부가서비스다.
KTF는 강 씨 등 회원들 몰래 회원정보를 이용해 이 서비스에 가입시킨 뒤 매달 정해진 사용료를 받아 왔다.
재판부는 “피고 회사의 회원정보 무단 사용으로 원고들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침해 등 적잖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요금을 돌려주고 무료통화(30분)를 제공했다고 하지만 그것으로 원고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배상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소송은 2002년 2월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들의 부가서비스 무단 가입을 조사한 뒤 KTF 이용자 77만596명 가운데 7만3718명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KTF는 당시 2억8000만 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피해자들과 참여연대는 2002년 7월 KTF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으며 KTF는 2000만 원의 벌금 명령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또 이와 별도로 사생활을 침해당했다며 법원에 민사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날 판결은 이에 대한 것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피해를 보고도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이용자가 7만 명이 넘어 같은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을 이끌어 온 참여연대는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경우에 대해 “통신위원회의 조사 결과 SK텔레콤과 LG텔레콤 등도 똑같은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지만 KTF에 비해 너무 적은 수이고 KTF처럼 형사처벌도 받지 않아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요금고지서 꼼꼼히 챙겨보세요▼
KTF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의 원고 대리인인 이찬희(李讚熙·참여연대 실행위원) 변호사는 “소송에 참가한 피해자들이 이동통신 요금 고지서를 갖고 있지 않았다면 소송 자체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같은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매달 e메일이나 우편으로 날아오는 요금 고지서를 챙겨 꼼꼼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내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소송에 참가하지 않은 피해자들은 이번 판결 내용을 전해 듣고 자신의 이동통신 요금 고지서에서 부가서비스 무단 가입 사실을 확인했다면, 확인한 그 순간 피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날부터 3년 안에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