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무와 시인-박 진 형
김형 어디 있노
감나무 위에 있다
뭐 하노
감 딴다
감 따서 뭐 하노
먹는다
먹어서 뭐 하노
시 쓴다
시 써서 뭐 하노
그냥 쓴다
언제 내려오노
안 내려간다
정말 안 내려오나
그래 안 내려간다
바둑 뚜고 싶으면 어쩔래
바둑판 들고 위로 올라온나
나무 베어버린다
그래도 안 내려간다
수천의 알전구 켜둔 감나무
쓱싹쓱싹 베어 버리자
어디로 갔을까, 그는
- 집 ‘너를 숨쉰다’(만인사) 중에서》
쓱싹쓱싹 감나무 밑둥을 베어버려도 내려오지 않는 사람이 시인뿐일까. 마지못해 시켜서 하는 일 아니고, 제 하는 일 천직으로 알고, 제 좋아서 하는 사람은 말릴 수 없다.
목수는 사다리를 걷어가도 두려워 않고, 농부는 아무리 주려도 씨앗베개를 베고 자며, 화가는 캔버스를 앗아가도 철필로 그리지 않던가.
땀 뻘뻘 흘리며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 보면, 감 따먹고 시 쓰는 직업이 젤루 팔자 좋아 보이지만 우지끈 밑둥 베어지도록 불편한 궁둥이 가지 끝에 붙이기도 만만찮다.
아무리 현실이 힘들어도 저마다 절대 안 내려갈 만큼 매혹적인 일이 있다면, 얼마나 축복인가.시인 반칠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