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9세 미만인 사용자는 서비스 이용 신청을 할 수 없습니다.”
한 ‘성인용’ 블로그 서비스의 약관이다. 19세 미만은 신청할 수 없어 성인용이라 불렀지만 이 블로그 서비스에서 일반적인 ‘성인 사이트’에 기대하는 음란물이나 엽기적이고 잔혹한 게시물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성인만 회원으로 받는 이유는 자신의 게시물에 책임을 지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대신 소설가와 요리사, 게임 개발자와 디자이너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블로그를 만들고 자신의 전문 분야와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가끔씩 오프라인 모임이 열리면 자연스럽게 맥주파티도 벌어진다.
얼마 전 서비스 시작 두 돌을 맞은 이 블로그 서비스의 이름은 ‘이글루스’(www.egloos.com). 블로그란 일종의 인터넷 게시판으로 가장 최근 작성한 글이 항상 맨 앞, 맨 위에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라 ‘1인 미디어’라고도 불린다.
이글루스는 한국에 블로그라는 말조차 생소하던 2년 전 생겨났다. 추운 극지방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공간인 얼음집(igloo)처럼 황량한 인터넷에서 따뜻한 온라인 얼음집(egloo)을 만들어 모으자는 뜻에서 이글루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글루스의 특징은 전문가만 만들던 블로그를 쉽게 사용할 수 있게 했다는 것. 하지만 비슷한 시기 네이버와 야후코리아 등 대형 포털 사이트도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했다.
네이버와 야후는 순식간에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서비스가 됐다. 이글루스는 다른 인터넷 서비스처럼 이런 대형 서비스에 흡수되거나 경쟁력을 잃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가입자는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도 꾸준히 늘어났다.
광고도 없고 무분별한 댓글도 없는 서비스여서 ‘충성도’ 높은 회원들이 입소문을 냈기 때문이다. 이글루스의 가입자는 11만 명. 이 가운데 날마다 접속하는 회원이 4만 명에 이른다. 매일 올라오는 게시물도 1만5000건. 게시물 대부분은 회원들이 직접 쓴 글과 사진이다.
이글루스를 운영하는 온네트의 허진영 이사는 “이글루스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올리고 모두가 공유하는 블로그로 기획됐다”며 “큰 이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사용자가 만족하는 서비스로 승부를 걸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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