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웅 국방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문제가 여야 대립의 쟁점이 되고 있다. 장관에 대한 야당의 해임건의가 문제된 것은 2003년 9월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가 이뤄진 지 근 2년 만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제도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한 것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해임건의제도에 대해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마치 국회가 대통령의 독재를 견제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호도하기 위해 헌법에 국회의 각료에 대한 해임건의권을 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책임의 의미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남용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사실 현행 헌법상의 정부형태가 대통령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면서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노 대통령의 말처럼 그동안 의원내각제적 요소들이 대통령의 책임을 피해 가는 수단으로 오·남용된 점도 많았다. 그러나 현행 헌법상 국회의 권한으로 인정되고 있는 해임건의권을 대통령이 그렇게 평가절하한 것이 정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우리 헌법에서 대통령제 요소와 의원내각제의 요소가 혼합된 것은 1948년의 헌법제정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유진오 씨의 초안은 의원내각제로 만들어졌던 것인데, 이를 이승만의 요구에 의해 급하게 대통령제로 수정하는 과정에서 의원내각제적 요소의 상당부분이 존치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후 의원내각제적 요소는 야당이 여당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고, 제2공화국은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의원내각제 정부형태를 채택하였다. 그러나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본격적으로 문제된 것은 제3공화국 이후라고 할 수 있다. 당시부터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권력분립원리에 따른 견제와 균형이 문제되었던 바, 의원내각제적 요소를 통해-실질적인 통제는 기대하기 어려웠지만-국회와 대통령 사이에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지는 듯한 겉모습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 대통령의 지적은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헌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다. 비록 그런 역사적 배경 하에서 탄생된 제도라 할지라도 헌법의 명문규정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진 대통령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것이었다. 헌법을 개정할 때 이 제도를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은 몰라도, 현재 효력을 가지고 있는 헌법규정을 무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은 그동안 책임총리제를 강조해 왔으며, 실제 국회의원들을 각료로 임명하는 등 의원내각제적 정국운용에 대한 적극성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책임총리제는 괜찮고, 대통령의 권한을 통제하는 해임건의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적되어야 할 점은 현행 헌법하에서도 대통령의 지위가 다른 국가기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우월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소야대의 정국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의 권력이 막강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 대통령의 권력은 약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에 대한 통제만이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통령의 각료인사권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다. 대통령은 개혁을 위한 유임을 주장하지만, 국민이 원하지 않고, 야당이 반대하는 인물이 과연 어떻게 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기에 노 대통령의 고집스러운 소신이 더욱 답답한 것이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헌법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