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주의, 한국의 정계 인사나 노조 책임자들과 얘기를 나눌 때 이런 정서가 한국을 지배하고 있다고 느꼈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이냐시오 라모네 편집인이 7월호 커버스토리로 쓴 기사의 첫머리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일간지인 르몽드의 자매지이다.
기사의 제목은 ‘한국에 내려진 경보’. 파리 7대학 교수이기도 한 그는 미국의 문화 패권주의를 앞장서 비판하는 논객으로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각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라모네 편집인은 우선 한국의 동맹 관계의 현주소에 주목했다. 그는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긴장이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일본과의 관계도 여전히 긴장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지적된 것은 악화된 경제 사정. 그는 “한국은 수십 년 만에 제3세계 국가에서 가장 발전된 국가 대열에 올라 선 유일한 나라이지만 한국의 경제 성장은 현재 숨이 가빠진 상황에 처했다”면서 “소비 감소와 수출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임시직 근로자 및 노조 관계자들과의 면담 내용을 소개하면서 세계화의 압력 아래 한국의 고용 사정이 크게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라모네 편집인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고용의 불안정 상황이 이 정도까지 이른 경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이 평양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사실을 언급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은 6자회담의 틀로 돌아올 의향을 밝혔다”면서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지만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과연 공격적인 성향을 누그러뜨리고 동맹국인 한국의 권고를 받아들일지 궁금하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