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A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개인택시 면허를 따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요즘 그는 버스운전사로 전업할지 고려 중이다. 택시운전사의 한 달 수입은 많아야 130만 원이지만 버스는 고정 월급으로 260만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회사원 홍종원(37) 씨는 술자리가 있을 때면 무조건 택시를 타던 습관을 바꿨다. 술자리가 있어도 자신의 승용차를 갖고 간다. 심야시간에 택시를 타는 것보다 대리운전 요금이 더 싸기 때문이다.
7월 1일로 서울의 택시요금이 17.52% 인상된 지 한 달. 택시운전사들은 손님이 줄었다며 울상이다. 시민들도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일반택시의 월평균 수입은 90만∼130만 원, 개인택시는 150만∼220만 원 수준. 택시요금은 인상됐지만 월 소득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10∼20% 줄어들었다는 게 택시운전사들의 주장이다.
▽‘모범’에서 ‘일반’으로 전환=1992년 12월 등장한 모범택시는 개인택시 운전사의 ‘선호 대상’이었다. 하지만 택시 이용객이 급감하면서 모범택시에서 일반 중형택시로 되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중형 개인택시로 전환을 요구한 603대의 모범택시 중 200대를 전환해 줬다. 총 3600여 대 중 근 5.5%에 이르는 수치다. 지난해의 경우 개인택시 전환을 요구하는 신청 건수가 많지 않아 1건도 전환해 주지 않았지만 올해는 전환 요구가 너무 많아 한 번 더 전환해 줄 방침이다.
모범택시 운전사 윤종우 씨는 “하루 18시간을 운행해도 집에 가져가는 돈이 5만 원이 채 안 된다”며 “모범택시로는 기본 생활도 하기 어려운 탓인지 주변에서 개인으로 바꾸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리운전 업체 관계자는 “km당 1000원을 받기로 한 뒤 취객들이 택시 대신 대리운전자를 부르는 사례가 늘어났다”며 “심야시간에 대리운전을 이용할 경우 일반 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10∼20% 싸다”고 말했다.
▽손님은 줄고 택시는 늘고=서울의 택시는 2002년 7만 대에서 2005년 7만2000대로 늘었다. 그러나 교통개발연구원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택시 수송분담률은 1996년 10.4%에서 2002년 7.4%로, 승객은 289만 명에서 220만 명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