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한국 콜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 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지난해 6월까지만 해도 3%포인트(한국 4.0%, 미국 1.0%) 차가 났던 두 나라 정책금리는 연 3.25%로 같아졌다.
FRB는 앞으로도 금리를 올릴 것임을 시사해 양국 정책금리는 머지않아 역전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들어온 외국자본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국자본 이탈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 때문에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6.1원 오른 1031.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030원대로 오른 것은 2월 11일(1033.2원) 이후 4개월여 만이다.
○ 자본 유출 본격화될까
FRB는 작년 6월 이후 9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렸다. 반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콜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7개월째 3.25%를 유지하고 있다.
FRB는 “경기친화적 통화정책을 신중한 속도로 진행시킬 것”이라고 말해 금리를 더 올리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장금리는 아직 한국이 높은 편이다. 최근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미국이 3.55%, 한국은 3.95% 수준.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자본 유출이 당장 생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높아지는 콜금리 인상 압력
상황이 이런데도 재정경제부는 내외 금리 역전의 부작용을 애써 부인하며 “금리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재경부는 1일 내놓은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서 “국제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내외 금리 차가 아니라 환 위험을 포함한 수익률”이라며 급격한 자본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덕수(韓悳洙)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금리 인상을 기대하는 시장 참가자들은 큰 손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콜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라는 사실을 정부가 망각한 것 같다”고 불쾌감을 나타내고 “사실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난다면 부동산 과열문제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