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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의회 슈뢰더 불신임…조기총선 승부수 民心 받아줄까

입력 | 2005-07-02 03:18:00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1일 독일 의회에서 실시된 신임투표에서 불신임됐다.

이번 신임투표는 독일 집권 사민당이 5월에 실시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의회 선거에서 참패한 뒤 조기 총선 추진 의사를 밝혀온 슈뢰더 총리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그는 ‘의도된 불신임’을 성공시킴으로써 조기 총선으로 가는 비상구를 여는 데 일단 성공했다.

▽불신임 추진 배경=슈뢰더 총리가 신임투표에서 불신임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선택한 것은 전형적인 정치적 승부수다. 주 의회 선거 패배로 전통적인 지지 기반에서 불신임을 받자 아예 국민들로부터 직접적인 재신임을 얻기 위해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선택한 것.

그는 이를 위해 신임투표에 앞서 소속 정당인 사민당 의원들에게 기권할 것을 요청했다. 불신임으로 가기 위한 의도된 계산이었다. 이날 슈뢰더 총리가 얻은 신임표 수는 151표. 신임에 필요한 301표(전체 601표)에 훨씬 못 미친 것이다.

문제는 경제문제로 등을 돌린 민심이 얼마나 슈뢰더 총리의 뜻에 호응해 줄지에 있다. 슈뢰더 총리는 독일 경제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각종 복지제도를 축소하고 기업 우선 정책을 실시했지만 늘어나는 실업률(11.3%·470만 명)과 노동자 계층의 불만 증가로 지지율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조기 총선에 ‘올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내년 총선까지 시간을 끌어봐야 여당에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앙겔라 메르켈 당수가 첫 여성 총리의 기대감 속에서 일찌감치 조기총선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반드시 야당에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정치 9단’ 슈뢰더 총리의 판단이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여당의 실정이 현 정치 판도의 기류이기 때문에 정면 돌파가 최선의 선택이라고 결단한 것이다.

▽향후 절차=슈뢰더 총리가 불신임 받았기 때문에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21일 안에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에 동의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통령이 동의하면 총선은 60일 안(9월 18일)에 실시된다.

물론 대통령이 거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연방하원에서 사민당 녹색당 연합이 근소하지만 다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정국주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조기총선은 물건너가게 된다. 이 경우 슈뢰더 총리는 사임해야 하며 사민당의 프란츠 뮌테페링 당수가 그의 뒤를 이어 총리를 맡게 된다.

불신임 투표 추진이 처음은 아니다. 1983년 1월 헬무트 콜 전 총리가 의회 절대 다수를 희망하며 의회를 해산시켰고, 빌리 브란트 전 총리도 1972년 불신임 투표를 실시해 둘다 이어 열린 총선에서 승리했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