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회사에서 만든 배의 이름을 제가 짓게 되리라고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지난달 30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독일 리더라이 클라우스피터 오펜사의 504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명명식(命名式)에서 ‘스폰서(Sponsor)’였던 이 회사 탁학수(47) 노조 위원장의 부인 배덕남(45) 씨. 배 씨는 1일 “명명식 당시의 감동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배 씨는 오펜사가 발주한 컨테이너선 2척 가운데 1척을 ‘싼타 필리파(Santa Philippa)’호로 명명했다.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기 직전 개최되는 명명식은 선박 건조 과정 중 최대의 이벤트. 스폰서는 그날의 주인공이다. 아랍권 국가를 제외하고 스폰서는 선주사나 정부 고위관리의 부인이 맡는 것이 관례. 배 씨가 스폰서로 ‘낙점’된 것은 오펜사가 선박을 성공적으로 건조해준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1척에 대한 스폰서를 현대중공업에 의뢰했기 때문. 회사 측은 10년째 ‘무분규’로 회사 발전을 도운 노조에 이를 양보했다.
1973년 창사 이래 1200여 척의 선박을 건조한 이 회사에서 노조 관계자의 부인을 스폰서로 내세운 것은 처음.
배 씨는 “앞으로도 노사가 협조하면서 함께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