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실이 마지막 ‘군사문화의 잔재’를 지웠다.
이전까지 대통령경호실장의 지위를 ‘정무직 장차관급 또는 장관(將官)급 장교’로 정해 놓았던 대통령경호실법 시행령에서 ‘장관급 장교’ 부분을 최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삭제한 것. 새 시행령은 지난달 30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공포, 발효됐다.
이번에 삭제된 조항은 신군부 집권 직후인 1981년 1월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대통령경호실법을 개정할 때 신설됐던 것. 현역 군 장성이 경호실장을 맡을 수 있도록 해 군부가 경호실까지 합법적으로 장악하게 하려는 것이 신군부의 의도였다.
경호실 차장과 경호실 직원에 대해 ‘필요하면 현역 군인을 임명할 수 있다’는 조항도 이때 신설됐다가 이번에 삭제됐다.
현역 군 장성이 경호실장을 맡은 사례는 1979년 10·26사태 직후 1년 7개월 동안 4대 경호실장을 지낸 정동호(鄭東鎬) 씨가 유일하다. 하지만 1963년 창설 이후 대통령경호실장 자리는 대부분 예비역 장성들이 맡아 군 출신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김영삼(金泳三) 정부 때 처음으로 정규 경호실 직원 출신인 박상범(朴相範) 씨를 9대 경호실장으로 발탁해 경호실에도 문민화의 신호탄이 올랐다. 노 대통령도 ‘경호실의 문민화’라는 차원에서 경찰청장 출신인 김세옥(金世鈺) 현 경호실장을 기용했다.
하지만 경호업무의 특성상 군과의 협조관계가 필수적이어서 현재 경호실에는 현역 대령 2명을 포함해 10여 명의 장교가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 공채로 들어온 경호실 직원 중에도 학군장교(ROTC) 출신이 적지 않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