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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공동애견구역?아파트선 힘드네요

입력 | 2005-07-04 03:14:00


며칠 전 밤늦은 시간 개들이 싸우는 듯한 소리에 놀란 주부 유모(36·서울 강동구 암사동) 씨. 거실 창문을 열어보니 옆 동 애완견 두 마리가 내는 소리였는데 유 씨처럼 창밖을 내다보는 주민이 한둘이 아니었다.

“더 걱정되는 건 여름 내내 창문이 열려 있을 테니 개 짖는 소리를 계속 들어야 한다는 거죠.”

얼마 전 서울지하철 ‘개똥녀’ 사건으로 관심이 촉발된 애완견으로 인한 피해는 다른 집과 사방으로 밀착되어 있는 아파트에서 더욱 심각하다.

독신자나 노년층, 형제자매가 적은 아이들에게 또 다른 가족이 되고 있는 국내 애견의 수는 한국애견협회 추산으로 전국 250만 마리다. 8, 9가구에 한 마리씩 키우고 있는 셈이다.

애완견 수는 급증했으나 애완견을 키우는 문화는 정착되지 못해 애완견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개똥’으로 표현되는 오물문제가 대표적. 산책로가 거의 없고 녹지가 좁은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 아파트보다도 상황이 더 나쁘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관리실은 일부 입주민들의 애완견이 좁은 화단에 소변을 누고 1층 엘리베이터 앞 실내에까지 오물을 흘려놓아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많은 아파트에서 애완견의 목줄을 안 묶고 다니는 것도 골칫거리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K아파트에서는 지난해 5월 일본인 부부가 키우던 시베리안허스키 두 마리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기겁을 해서 반상회를 열었다. 결국 이사 온 지 두 달 만에 일본인 부부는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갔다.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도 아파트 생활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페니키즈종 두 마리를 키우고 있는 주부 박 모(37·서울 강남구 역삼동) 씨는 “잠시 외출할 때에도 변 봉지를 지참해 남에게 피해를 안 주려고 노력하는데도 ‘개를 키우는 것들은 개랑 똑같다’ ‘한 접시거리’라는 등 모욕적인 말을 들을 때는 무척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파트의 애완견 문제가 늘고 있지만 관련 법규에는 ‘공동주거생활에 실질적으로 피해를 줄 때에만 관리주체의 동의를 얻도록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은 구체적인 피해가 명시되지 않은 데다 동의를 받지 않았을 때에는 어떤 제제조치가 가능한지 밝히지 않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아파트에서는 애완견을 기르는 가구에 벌금을 물리면서 애완견 사육을 억제하고 있으나 애완견 키우는 가정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에서 경기 용인시 신봉동 LG빌5차아파트에서 애완견을 키우는 주민들은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들 주민들은 동호회를 만들어 애완견이 소음이나 오물 등으로 입주민에게 피해를 끼쳤을 때 애완견 주인에게 시정을 요구하거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아파트의 하종수 관리소장은 “애완견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애완견 동호회가 피해 사례를 적시한 자체 규정을 만들어 위반자에게 현실적 대응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유기영 연구원은 “아파트 애완견 문제는 이제 주민끼리의 사적인 해결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애완견등록제를 도입하고 소음 등 다른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분은 규제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경아 사외기자

▼애완견 기를때 에티켓은…▼

▽애완견을 분양받기 전 키울 여건이 되는지 살핀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애완견을 버리는 사례가 월 1000건씩 발생하고 있다고.

▽애완견의 특성과 훈련법을 익혀 소음을 예방하고 배변 습관을 잘 들인다.

▽애완견 예방접종을 잊지 말아야 하고 예방접종을 해도 어린이놀이터 출입은 안 된다 .

▽외출할 때는 아무리 짧은 거리라도 목줄을 사용하고 배설물처리봉지를 지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