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한덕수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월권(越權)이다. 금리정책 결정권은 재정경제부가 아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있다. 금리에 관한 한 정부로부터도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경제부총리가 결정권을 쥔 것처럼 금리에 관해 확언을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당장 7일 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해야 할 금통위가 난처해졌다. 금리를 동결하면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결론이라 하더라도 시장에서는 재경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읽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한은(韓銀)의 금리정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는 더 떨어질 것이다. 한편 금통위가 금리 조정을 결정할 경우 정부와 한은의 엇박자로 인해 시장의 혼란이 증폭될 우려가 있다.
미국의 금리가 한국의 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逆轉)’ 상황이 오더라도 자본의 과도한 해외유출 등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재경부가 밝힐 수는 있다. 그러나 금통위에 대해 ‘반드시 우리 뜻에 따르라’는 듯이 부총리까지 나서서 금리 인상 불가(不可)를 못 박아서는 안 된다. 더구나 금리가 역전돼도 걱정 없다는 재경부의 견해에 대해서는 이론(異論)이 적지 않기 때문에 더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최근의 시장금리 급등에는 재경부와 한은이 함께 빌미를 제공했다. 저금리정책이 실효성(實效性)을 의심받는 가운데 미국이 잇달아 금리를 인상하자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5월의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경기(景氣)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정부도 금리 인상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금리인상론이 힘을 더 얻었다.
지금부터라도 한은은 한은의 역할을, 부총리는 부총리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특히 한 부총리는 금리에 대해 개입하고 나서기보다는 대통령자문위원회 등의 월권을 견제하면서 경제정책을 시장원리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데 집중하기 바란다. 실패한 정책들을 설득력 없는 논리로 변명이나 하는 경제부총리를 시장은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음을 느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