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기능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의료시장에서 공급자와 소비자는 이익을 주고받는다. 병의원이 손실을 본다면 도산할 것이고 그 반대라면 소비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현재 일부 국민은 해외에서 원정 진료를 받으며 1년에 3조 원 가까이 쓴다는 얘기가 있다. 또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통합 이후 병의원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다. 그렇다면 무언가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이것은 시장 실패가 아닌 정부 실패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민간의 자율보다는 관에 의해 경직되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유독 민간보험과 영리법인 의료에 반대가 심하다. 미국과 영국도 민간병원이 상당수 있다. 이런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쳤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의료도 이윤을 남기지 않으면 안 된다. 일각에서는 영리법인은 마구잡이로 돈벌이만 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그렇다면 텔레비전 만드는 영리기업이 마구잡이로 돈벌이하도록 시장이 방치하고 있는가. 병원은 TV 생산만큼의 독과점을 누리지도 못할 텐데. 더욱이 모든 진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하며 기준에 어긋나면 치료비를 보상받지 못한다.
또 하나 지나칠 수 없는 것은 의사의 병원 개설 독점권이다. 의사가 아닌 사람의 돈도 의료시장에 유입돼 소비자를 위한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어야 한다. 의사가 독점해야 하는 것은 의료행위이지 의료자본이 아니다.
그동안 국가 주도의 건강보험은 양적인 성장을 거두었다. 앞으로는 의료의 질과 소비자 만족을 위해 의료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정부의 실패를 막고 효율을 높이는 길은 시장의 기능을 회복하는 것뿐이다.
의료의 산업화도 중요한 과제다. 21세기에 3차 서비스산업과 생명공학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 의료의 산업화가 있다.
임구일 ‘의료와 사회 포럼’ 정책위원
※이 글은 6월 24일 실린 김진현 교수의 ‘의료서비스, 시장에 맡기기엔 시기상조’에 대한 반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