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던 정동영(鄭東泳·사진) 통일부 장관이 딕 체니 부통령 등 미 행정부 고위 인사들에게서 새로운 대북 메시지를 도출해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정 장관은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은 미국에 대한 극도의 두려움과 불신을, 미국은 북한에 대한 극심한 불신과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해 북-미의 상호 불신을 좁히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정 장관은 또 ‘체니 부통령이 정 장관의 발언을 진지하게 경청했다는 것이 한국 측 입장을 수용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체니 부통령은) 나름대로의 확고한 견해와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좀 더 명확하게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정해 ‘보다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고 북한도 미국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계속 요구하는 ‘폭정의 거점(outposts of tyranny)’ 발언을 미국이 취소하거나 이에 관해 사과하는 수준의 의사표현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정 장관 방미 직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분위기로는 미국이 폭정의 거점이라는 말을 철회하거나 (그에 관해) 사과할 것 같지 않다”며 미국 내 강경파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