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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외아들 정의선 기아사장, ‘글로비스’ 상장나서

입력 | 2005-07-06 03:04:00


정몽구(鄭夢九)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鄭義宣) 기아자동차 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물류회사 ‘글로비스’가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과 산업계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최근 금감원에 기업공개를 위한 외부감사인을 요청해 한영회계법인을 지정받았다.

외부감사인 지정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업공개 1년 전에 금융감독 당국에 신청토록 돼 있다.

글로비스는 2001년 2월 설립된 회사로 정 사장이 39.85%, 정 회장이 35.15%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차량 탁송 업무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9027억 원, 당기순이익은 696억 원으로 2003년보다 각각 55.9%, 72.7% 늘었다.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비스의 자기자본이익률(ROE)과 경영 실적 등을 감안할 때 공모가격이 주당 20만 원을 호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사장이 보유 지분(정몽구 회장 지분 포함) 75% 가운데 경영권 유지선인 51%를 제외한 나머지를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약 15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 사장이 자신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경영권 승계 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정 사장이 글로비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데 쓸 가능성이 높다”며 “정 사장이 기아차 주식을 사들인다면 약 2.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는 올해 초에도 글로비스의 지분 25%를 노르웨이 해운사인 빌헬름센에 약 1000억 원에 매각한 뒤 기아차 지분 1.01%를 사들인 바 있다.

정 사장이 기아차 주식을 추가 매입해 지분을 높이게 되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도에 참여하게 돼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정 사장이 대주주인 건설회사 ‘엠코’도 2, 3년 안에 상장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비상장 계열사를 통한 후계구도 확립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정 사장이 대주주인 비상장 계열사를 집중 육성한 뒤 이들을 상장시켜 자금을 마련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매입하는 전략을 세운 듯하다”며 “다만 일각에서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