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경제모델을 놓고 토론이 한창이다.
짧은 근로시간, 6주 휴가, 해고 불가에 높은 실업률을 지닌 프랑스-독일 모델을 따를 것인가, 노동 보호의 정도는 낮지만 혁신적이고 높은 고용률을 자랑하는 영국 아일랜드 동유럽의 앵글로 색슨 모델을 따를 것인가.
내가 보기에는 앵글로 색슨 모델이 미래로 가는 길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문제는 프랑스와 독일이 머지않아 냉엄한 현실과 마주치게 될 때 그들이 (앵글로 색슨 모델을 받아들여 발전의 기틀을 이룬) 아일랜드처럼 될 것인가, 아니면 ‘박물관’이 돼 버릴 것인가이다. 수년 내로 두 나라는 숨은 보물이 있는 곳을 알려 준다는 아일랜드 요정(妖精) 레프러컨의 길을 따를 것인지 박물관의 길을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프랑스 좌파신문 리베라시옹의 브뤼셀 특파원 장 카트르메르 씨는 영국 일간 타임스에 “오랫동안 우리는 혐오스러운 앵글로 색슨 모델을 배척하고 프랑스적 사회모델을 옹호해 왔다. 그런데 지금 그 혐오스러운 것이 우리 모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가 2003년 미국에서 직접투자를 끌어들인 액수는 중국이 끌어들인 액수보다 많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아일랜드가 이룩한 개혁 중 하나는 해고를 쉽게 한 것이다.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기업의 고용 의지를 북돋아 주는 것이기도 하다.
아일랜드에 투자한 의료기기업체 박스터 인터내셔널의 전 최고경영자(CEO) 해리 크레머 씨는 “안정된 에너지 공급, 근면함과 건전한 노동 윤리, 적정한 세금, 유연한 노동력 공급 때문에 아일랜드가 독일 프랑스보다 더 매력적이다”며 “독일 프랑스에서는 직원 1명을 해고하는 데도 엄청난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인들은 노동법이 유연해지면 몇몇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이는 실제로 아일랜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에 비유하면 독일과 프랑스는 방어(defense)형 플레이를, 아일랜드는 공격(offense)형 플레이를 하고 있다. 기존의 일자리를 모두 보호하려고만 하면 새 일자리가 들어설 곳은 없다.
아일랜드는 다른 분야에서도 공격형 플레이를 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처음에는 미국의 기술집약적 기업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유연하면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법인세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제는 2010년까지 과학과 공학 분야의 박사학위자 수를 2배로 늘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과 똑똑한 외국 연구자가 아일랜드에 와서 연구할 수 있도록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아일랜드는 특히 중국인 과학자들을 고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아일랜드 메리 해너핀 교육장관은 “우리나라의 똑똑한 학생들이 외국의 똑똑한 학생들과 함께 연구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기업은 훌륭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을 찾아가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아일랜드는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나오는 세금으로 보건 교육 인프라 등에 지출을 늘려 왔다. 메리 하니 부총리는 “경제적 성공 없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할 수 없다. 아일랜드 방식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더불어 사는 유럽을 만드는 길이다”고 강조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방어형 플레이로 복지 자본주의를 보호하려 해 왔다. 아일랜드는 공격형 플레이로 지속가능한 사회 자본주의의 모델을 만들어 왔다. 나는 공격형 플레이 쪽에 걸겠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