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에 갔다.” 9회말 2사 2루. 신민철의 끝내기 왼쪽 안타로 1-0의 짜릿한 승리를 따낸 성남서고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몰려나오며 환호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관록이냐, 돌풍이냐.
광주일고와 성남서고가 제59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동아일보사 대한야구협회 공동주최)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창단 82년째를 맞은 호남의 야구명문 광주일고는 5일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덕수정보산업고를 꺾고 1997년 이후 8년 만에 결승에 올랐다.
창단 8년째인 성남서고는 5년 역사의 신생팀 안산공고를 이기고 처음 결승에 진출하는 감격을 맛봤다.
○ 광주일고 5-2 덕수정보고
중앙고와의 8강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광주일고 에이스 나승현은 선발 7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5안타 2실점,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시속 144km의 강속구를 여러 차례 기록한 위력적인 투구였다.
2회 3안타로 선취점을 올리며 분위기를 탄 광주일고 타선은 6회까지 4사구 6개에 9안타를 묶어 5득점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굳혔다.
○ 성남서고 1-0 안산공고
올 황금사자 최고 돌풍의 팀들이 맞붙은 이 경기에서 성남서고가 9회말 2사 뒤 신민철의 끝내기 왼쪽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2학년 왼손투수끼리 맞붙은 이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투수전. 안산공고 닥터K 김광현은 8회까지 13명을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안타는 단 3개만 허용했다. 성남서고 선발 이천웅도 산발 5안타에 8개의 삼진을 잡으며 무실점으로 맞섰다.
승부는 9회말 투아웃 이후 갈렸다. 성남서고는 1사 뒤 김동연이 스트라이크 낫아웃으로 출루해 윤성민의 투수 앞 땅볼 때 2루까지 진출했고 이어 타석에 선 신민철이 김광현의 초구 직구를 좌익수 앞 안타로 연결하며 김동연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오늘의 스타 성남서고 신민철▼
“제 생애 최고의 날입니다.”
끝내기 안타로 팀의 결승 진출을 이끈 성남서고 2학년 신민철(사진)은 흥분으로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이었다.
앞선 세 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신민철은 “커브를 노리다가 번번이 실패해 9회 말 타석에서는 무조건 직구를 친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방망이를 휘둘렀는데 그게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성남 수진초교 4학년 때 ‘살을 빼기 위해’ 야구를 시작한 게 오늘로 이어졌다는 신민철. 180cm, 75kg의 날렵한 체구에 대회를 한 달 앞두고 매일 자기 전 300∼400회 스윙을 한 연습벌레다.
홍상욱 감독은 “포수로 팀 전체를 이끄는 분위기 메이커이자 노력파”라고 칭찬. 그래서일까. 신민철은 “파이팅이 좋은 프로야구 두산의 홍성흔 선수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