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김승규 국정원장 후보가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5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김승규(金昇圭)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김 후보자보다 오히려 이종석(李鍾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이 초점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날 청문회 참고인으로 채택된 이 차장이 NSC 회의 주재를 이유로 청문회에 불참한 것이 야당 측 공세의 발단이 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차장의 전횡 때문에 국정원의 위상이 하락했다”는 논리로 이 차장을 집중 공격하면서 국정원의 역할 문제를 거론했다.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측이 주로 능력과 전문성 부족 문제를 제기했고, 열린우리당 측은 12·12쿠데타 및 5·18민주화운동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전력을 거론했다.
▽능력과 재산 문제 등=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의원은 “김 후보자는 33년간 검찰에 있으면서 안보나 정보 관련 업무는 거의 담당하지 않았다. 국정원을 끌고 가기에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저는 학습능력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문제가 없다. 일을 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가장 무서운 것은 무능한 사람이 신념을 갖고 용기 있게 열심히 하는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김 후보자는 1999년 수원지검장 재직 중 3억6000만 원(현 시가) 상당의 골프장 회원권을 구입한 데 대해 “매입 당시 가격은 1억3500만 원으로 내 돈 8000만 원과 은행대출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권영세(權寧世)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4년 5월 법무법인 로고스의 변호사로 재직 중 2억5760만 원을 배당받았는데 관련 납세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12·12와 5·18 무혐의 처분=열린우리당 임종인(林鍾仁) 의원은 김 후보자가 1992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형사5) 부장으로 재직 중 12·12쿠데타 및 5·18민주화운동 관계자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음을 지적하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정권을 찬탈한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씨를 왜 무혐의 처분했느냐”고 질의했다.
김 후보자는 “내란과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전, 노 전 대통령의) 집권 계획이 확인됐어야 하는데 당시엔 증거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임 의원이 “당시 어떤 사람들을 불러 조사했느냐”고 묻자 김 후보자는 “기록을 가지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종석 차장 전횡 논란=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이 차장의 월권과 지나친 행동 때문에 국정원이나 국정원장이 무력감을 느낀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 차장이 국정원을 ‘보좌기관’으로 인식해 청문회에 불출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한나라당 공성진(孔星鎭) 의원은 “미국 NSC 측은 올해 1, 2월경 한국 NSC에 한미정상회담을 요구했으나 이 차장이 이를 상당 기간 대통령과 정동영(鄭東泳) NSC 상임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NSC 사무처는 지난달 일부 언론에 이 차장의 보고 누락 의혹이 제기되자 보도자료를 통해 “기초적 사실조차 왜곡한 허위보도”라며 전면 부인했다.
한편 국회 정보위는 6일 김 후보자의 국정원장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채택해 이날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한 뒤 임명권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이 국회의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김승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특위 위원 평가특위 위원의견이유열
린
우
리
당장영달○인품은 돋보이지만 조직 장악을 위해 본인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신기남○경륜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정세균○인품 경륜 등에서 적절한 인사다.
최재천○고매한 품성과 높은 인권 의식에 점수를 주고 싶다.임종인○적극 찬성은 아니지만 경력과 자질에 큰 문제는 없다.조성태○자질과 의욕 모두 만족스럽다. 그러나 안보는 법과 다르다는 점도 인식했으면 한다. 정의용○21세기형 국정원에 적합한 인물이다.한
나
라
당강재섭△무난한 성품인데 가시밭길에 들어서서 어떻게 해낼지 걱정된다. 정형근△품성은 좋은데 해외 문제는 잘 모르더라. 그리고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겠느냐. 권철현X왜 국정원장에 임명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권영세○대과는 없다. 그러나 업무 전문성이 부족해 보인다.공성진X전문성과 자질이 떨어진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는 인사라고 본다.의견의 ○는 찬성, △는 유보, ×는 반대. 의원 순서는 선수(選數) 및 국회 등재순.
김승규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쟁점쟁점김 후보자 답변국가보안법국가의 존립과 안전, 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킬 법적인 방어시스템 필요. 인권침해 문제가 없도록 해야.테러방지법테러를 사전에 예방할 대응체계 근거법 필요. 테러법 제정에 반대한 적 없다.남북한 군사력비교물리적 군사력 외에 국력 전체로 보면 한국이 더 세다.이라크 파병평화군으로 가서 재건사업 등 활동하는 것.검-경 수사권분쟁수사능력 분산되지 않도록 지휘권이 한 곳(검찰)에 있어야 한다.국정원의과거사 조사진실규명을 통해 국정원이 바르게 선다는 차원에서 잘하는 일.국정원의수사권정부조직법에 따라 직무상 수사 가능. 다만 인권침해 없도록 해야.한미동맹 등국제관계50년간 이어온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면서도 중국 등 이웃나라와 우호협력 관계 발전시켜야.북한 핵 문제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 인도적 차원의 지원은 계속돼야.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