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한나라당 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현 시국에 제대로 된 야당, 제대로 된 언론이 있었다면 폭동이 일어났을 것이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이 지난 4일 밤 인터넷언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 정부와 한나라당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고 인터넷 매체들이 6일 보도했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이 요즘 살기 좋은가”라고 의문을 표시하고 “(현 시국은) 정치인으로서도 못 견딜 일이다. 이렇게 해서 버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대해서도 “웰빙족”이라며 “전문가이긴 하지만 애국자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일하게 ‘다음 선거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 ‘분위기 깨지 말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골프나 치고 하루하루 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문수 의원실은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지역구를 돌아다니다 보면 자영업자들이 ‘폭동이라도 해야지, 이대로는 못살겠다’고 극단적으로 하소연하곤 한다”며 “김 의원도 이런 말을 듣고 ‘제대로 된 야당이나 언론이 없으니 서민들의 신음소리가 묻히고 조용한 게 아니냐’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문수 의원은 또 이날 자리에서 자신을 비롯해 정치권이 “김정일에게 찍히면 매장당한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치계에는 북한 요인이란 것이 있어서 김정일 비위를 잘 맞춰서 큰 이벤트라도 하나 성사하면 국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며 “반면 북한에 한번 찍히면 방북기회도 주어지지 않고, 수구꼴통 세력으로 공격당하는 등 매우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잘못 보이면 방북이 불허돼 특종 기회를 놓치는 언론인들도 마찬가지”라며 “이 때문에 국민들도 북한의 핵 공갈에 놓여져 휘둘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의원은 현재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과 함께 ‘북한인권법’ 제정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황 의원이 대표 발의한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안’은 임시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그는 “이번 법안에서 ´중국 등에서 탈북자들이 전화나 편지로 요청하면 바로 한국으로 인도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가장 난제”라며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때문에 NGO 등이 주축이 되어 입법청원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도 젊은 시절 한때는 사회주의자였다”면서 “과거 반미운동, 반정부 독재 운동 등 많은 운동을 했지만, 북한인권운동이야말로 그 무엇보다도 가장 값진 운동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북지원에 관해선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김 의원은 “배고파서 완전히 의욕을 상실한 사람은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리는 혁명을 일으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는 혁명을 할 사람들은 당 간부 등 상층부”라며 “우리의 지원 물자가 이들에게만 돌아가더라도 ‘남한의 우월성’이 저변에 확대돼 통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김문수 의원은 폭동을 선동하려면 의원직을 사퇴하라”며 비판했다.
허동준 열린우리당 부대변인은 6일 논평을 통해 “국민이 선출한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전매특허지만, 폭동을 통해 체제전복을 부추기는 발언은 김문수 의원이 처음”이라며 “과연 국회의원 자격이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난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