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야말로 한국을 알리는 가장 좋은 통로죠.”
스페인 국립 살라망카대의 김혜정(金慧晶·45·극동아시아학·사진) 교수는 스페인의 한국어 전도사다. 현지 국립대에 한국어 강의로 정식 채용된 유일한 교수다.
현재 한국어 수강생은 매년 20여 명. 1학기는 읽기, 2학기는 쓰기, 3학기는 독해, 4학기는 번역을 중심으로 가르친다. 3학기에 존댓말, 4학기에 신문이나 소설용어 등도 익히지만 말을 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한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무엇보다 연습 기회가 적습니다. 한국 유학생을 데려와 연습을 시키기도 하지만 기회가 워낙 적거든요.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그는 동기부여의 방법으로 장학생 프로그램, 취업의 기회, 문화행사 등을 꼽았다.
“이곳에서 한국학의 존재는 미미하죠. 일본학이나 중국학에 비하면 학생들의 관심도 적습니다. 홍보와 재정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한국을 알리기 위한 그의 노력은 다방면에 걸쳐 있다. 2003년에는 박완서의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스페인어로 번역해 출판했다. 대학에서는 올 여름방학 이 소설을 읽고 감상문을 써내는 경시대회를 열고 있다. 2003년 한국어 읽기 대회를, 2004년에는 고은 시인을 초청해 문화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는 6월 30일부터 이틀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한국-스페인 포럼’에 참석해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칠 교수 1명을 더 보내줄 것을 호소했다.
“3시간짜리 강의 6개를 맡고 있으니 저는 여력이 없어요. 하지만 살라망카대에서 한국학 전공 졸업생을 배출하려면 적어도 한국 역사와 문화를 다루는 강의가 필요합니다.”
항상 고국에 돌아올 날을 꿈꾸지만 당분간은 할일이 많아 그의 꿈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듯하다.
바르셀로나=서영아 기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