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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문홍]‘인터넷 간첩’

입력 | 2005-07-07 00:04:00


국가정보원 안보전시관에는 1960년대 이후 검거된 간첩(間諜)들이 소지했던 장비가 전시돼 있다. 권총, 독침, 난수표에서부터 각종 침투용 장비, 흉기(凶器)로 변하는 안경, 만년필 등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요즘 영화에 나오는 첨단 첩보장비에 익숙해진 눈으로 보면 대체로 조악하다는 느낌이 든다. ‘요즘 간첩도 이런 장비를 갖고 다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다.

▷간첩의 사전적 의미는 “몰래 적이나 경쟁 상대의 정보를 알아내 자기편에 보고하는 사람”이다. 그런 뜻으로 보면 과거 간첩이 침투할 때 갖고 왔던 장비의 효용가치도 많이 떨어졌을 것 같다. 인터넷이라는 문명의 이기(利器)가 있는데 굳이 예전처럼 군부대나 안보시설을 직접 염탐할 필요가 있을까? 더욱이 “유용한 정보의 90% 이상은 공개된 자료 속에 있다”는 게 정보 분야의 오랜 상식인데 말이다.

▷국정원이 인터넷에서 활동해 온 간첩 2명을 검거했음이 뒤늦게 밝혀졌다. 북한의 대남(對南) 공작기관과 접선을 기도하고, 보고서를 올린 혐의라고 한다. 북한이 정예 ‘해킹부대’를 운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진즉부터 나왔음을 감안하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인터넷은 원래 군사용도로 미 국방부가 1969년에 개발한 것이 그 기원이다. ‘전쟁이 나도 살아남을 수 있는 통신망 구축’이 개발 목적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인터넷이 이젠 거꾸로 안보의 위해(危害) 요인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그나저나 ‘간첩 잡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익명(匿名)의 바다’인 인터넷에서 암약하는 간첩을 색출하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이런 상황에 정치권 일각에선 국가보안법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난리다. 간첩이 스며들 공간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는데, 그것을 막을 당국의 대응수단은 빼앗아 버리는 격이다. 오랜만에 간첩 검거 소식을 접한 지인(知人)이 “그래도 간첩을 잡기는 하는가 보군”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간첩을 반드시 잡겠다는 당국의 의지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