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을 ‘나쁜 뉴스’로 꼽자 정부 여당이 곧바로 입시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어제 당정협의에서 여당 국회의원들은 “서울대에 전면전을 선포한 것”, “더 기다릴 게 아니라 서울대를 초동 진압해야 한다”는 등 전투적인 표현으로 ‘전의(戰意)’를 과시했다. 서울대의 입시 방식을 놓고 정권 측이 보이는 이런 공세는 지난해 노 대통령이 ‘좋은 대학 나와 크게 성공한 사람’을 거론할 때의 ‘의도’를 연상시킨다.
노 대통령은 “서울대 등의 논술시험이 본고사처럼 출제돼 걱정”이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부터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가 도입하겠다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지금의 고1 학생들이 2년 반 뒤에나 치를 시험으로 아직 구체적 내용이 나와 있지 않다. 교육 당국이 한사코 금지하는 본고사 형식이 될지 아닐지는 지금으로선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 서울대는 ‘위장된 본고사’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본고사 형식이 된다고 해도 대통령이 공격의 전면에 나서고 여당이 ‘전면전, 초동 진압’ 운운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대학들이 입시전형의 변별력을 높여 우수 학생을 더 받겠다는 것이 범죄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처럼 대학의 학생선발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이 고급 인재 육성과 국가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겠는가.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3분의 2가 대입 본고사의 필요성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럼에도 전교조와 그 노선에 동조하는 운동단체들은 서울대의 논술시험이 본고사가 될 것이라며 발목을 잡았다. 또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는 ‘서울대의 입시안이 공교육에 역행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기구는 정권과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결국 ‘서울대와의 전면전’은 특정 이념의 운동단체가 앞장서고, 대통령소속 위원회가 들러리를 서며, 이를 대통령이 후원하고, 386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총대를 메는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경제가 무너지는 마당에 교육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성장동력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학을 각종 규제로 옥죄는 것도 모자라 대학에 전쟁을 선포한 것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평등주의 교육의 목표만 달성되면 국가 장래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어제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2008학년도 입시안에 변함이 없다는 원칙을 천명한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찾으려는 당당한 모습이며, 또 다른 입시 혼란을 막기 위해 바람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