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안’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하는 등 급변하는 대외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국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장기 국토이용 전략을 담고 있다.
이번 수정안은 특히 지금까지 수도권과 동남권에 치중했던 국토개발 방식에서 탈피해 동서남해안 3개축과 8개 광역권을 중심으로 하는 다핵화 개발 방식을 제시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계획을 반영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시대 변화를 반영해 계획을 수정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에 국토종합계획을 끼워 맞춘 것처럼 비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 국토종합계획 왜 수정했나
행정도시 건설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으로 지금까지의 국토종합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이를 국토의 불균형 발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1∼4차에 걸친 국토종합계획은 줄기차게 수도권 집중 억제를 중요한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70년 28.3%에서 1980년 35.5%, 1990년 42.8%, 2000년 46.3%, 2003년 47.6%로 계속 높아졌다.
급성장하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변되는 국제사회의 개방화 요구도 영향을 미쳤다. 남북한 경제협력에 대응할 필요성, 주5일 근무제 도입, 급속한 인구 고령화도 수정 요인으로 작용했다.
4차 국토종합계획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적용되는 장기 계획으로 2000년 발표 당시 5년 단위로 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수정작업에는 10개 분야 255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 수도권 중심에서 다핵화로
정부는 국토종합계획 수정의 목표로 △균형발전 의지를 담은 상생국토 △대외경쟁력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개방국토 △친환경적 국토이용을 골자로 하는 녹지국토 △통일기반 확보를 위한 통일국토 △삶의 질을 높이는 복지국토를 제시했다.
새로 추가된 목표는 ‘복지국토’라는 개념으로 급속한 인구 고령화를 감안한 것이다.
5가지 목표 가운데 핵심은 균형발전. 이를 위해 지역이 자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실천 과제로 제시됐다.
당초 4차 계획에서 제시된 동서남해안과 내륙지역의 도로 산 강 등을 축으로 한 개발 계획은 대폭 수정됐다.
동서남해안을 따라 이뤄지는 개발사업은 유지되지만 내륙지역은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전북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권 등 7개 광역권과 제주도를 개발 거점으로 활용하는 ‘7+1 다핵(多核)’ 개발방안으로 바뀌었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국제물류 및 금융중심지(수도권) △관광 및 청정산업중심지(강원권) △행정도시와 연계한 교육 연구 지식기반사업 중심지(충청권) 등으로 육성하겠다는 것.
이 밖에 △통일과 동북아 경제협력에 대비한 국토환경 조성 △교통망과 정보기술 인프라의 대폭 확충 △쾌적한 도시 및 주거환경 구축 △친환경적인 국토 이용 △분권형 국토 이용의 시스템화 등이 추진된다.
○ 주택보급률 120%로
수정안대로 된다면 수도권 인구비중은 2020년 47.5%로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인구집중이 현 상태에서 멈춘다는 얘기다.
전국의 주택보급률은 2010년 112.5%가 목표다. 2000년 발표 때에는 2020년까지 106% 수준으로 전망했으나 주택공급이 늘어 이를 반영했다.
정부는 2020년에는 주택보급률이 120%를 넘고 인구 1000명당 주택수가 일본(371가구)과 비슷한 370가구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1인당 주거면적도 2000년 20.2m²(6.1평)에서 2020년에는 선진국 수준인 35.0m²(10.6평)로 넓어진다.
상수도 보급률은 2003년 89.3%에서 2020년 97.0%로 올라 대부분의 국민이 수돗물을 먹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는 앞으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는 점이 부각된 때문이다. 계획대로 건설되면 2003년 3140km에 머물렀던 철도 총길이는 2020년 5000km로 늘어난다.
쾌적한 생활환경을 위해서 1인당 공원면적도 2003년 7.0m²(2.1평)에서 2020년까지 12.5m²(3.8평)로 늘릴 계획이다.
:국토종합계획:
헌법과 국토기본법을 근거로 만들어지는 최상위 국토이용 계획이다. 여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할 사업의 입지와 시설규모에 지침이 되는 종합적이고 기본적인 장기 계획’이 담긴다.
1차 국토종합계획(적용기간 1972∼1981년)은 고도 경제성장을 위해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수도권과 동남해안 공업벨트를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도록 했다.
2차(1982∼1991년)는 인구의 지방 정착과 생활환경 개선이 목표였다. 이때부터 수도권 집중 억제와 지역개발이 주요 실천과제로 부각됐다.
3차(1992∼2001년)에서는 서해안 산업지대 및 지방도시 육성을 통한 지방분산형 국토개발이 제시됐다. 핵심과제는 국민 복지 향상과 환경 보전이었다.
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에서 새로 도입된 주요 사업분류세부사항국토 이용 개념‘7+1’ 권역별 다핵 연계형 국토 개발지역개발행정도시 건설 공공기관 지방이전혁신도시 건설산업 입지혁신클러스터 형성권역별 지역특성에 맞는 전략산업 육성남북한 관련남북 접경지역에 평화벨트 조성수자원 방재기후변화에 통따른 통합 방재체계 구축교통대중교통특구, 아시안 하이웨이주택주택관리카드제, 일정 규모 이상 주택의 빗물처리시설 의무화토지농지은행자료:건설교부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눈길끄는 이색사업▼
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안에는 평화시(市), 대중교통특구, 주택관리카드, 아시안 하이웨이 등 이색사업들이 적지 않다. 아이디어 차원의 사업도 있지만 이미 실행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도 있다.
○ 평화시, 평화벨트
남북 접경지역인 경기 파주시(서부지역), 강원 철원군(중부지역), 고성군(동부지역)에 평화도시가 들어서고 이를 중심으로 일대가 평화벨트로 조성된다.
가장 구체화된 곳은 철원군. 강원도가 지난해 구 철원읍 일대에 인구 50만 명이 살 수 있는 2000만 평 규모의 ‘한민족 평화시’(가칭)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평화도시 및 평화벨트 조성사업을 국제정세와 남북관계를 고려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1단계 준비기에는 남북 교통망을 복구하고 비무장 지대를 ‘한민족 평화 생태지대’로 조성한다. 2단계 형성기에는 본격적으로 교류협력지구를 만들고, 3단계 정착기에는 접경지역에 경제특구와 관광특구를 설치한다는 것.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 아시안 하이웨이
아시아 32개국의 도로망 14만 km를 연결해 하나로 묶는 프로젝트로 이달 4일 발효됐다. 서명국들은 2010년 7월까지 도로 신설, 확장, 포장 등 국가 간 연계도로를 건설해야 한다.
한국이 맡은 아시안 하이웨이 구간은 일본∼부산∼서울∼평양∼신의주∼중국으로 연결되는 노선과 부산∼강릉∼원산∼러시아로 이어지는 노선 총 907km.
기존 경부고속도로와 국도 7호선을 이용하므로 새로운 도로를 건설할 필요는 없지만 두 노선의 도로표지에 아시안 하이웨이 명칭을 표기해야 한다.
이 밖에도 서해안고속도로를 북한의 해주∼남포∼신의주∼중국의 다롄(大連)∼상하이(上海)∼홍콩 등과 연결할 계획이다. 실현 가능성은 아직 서명을 하지 않은 북한에 달려 있다.
○ 대중교통특구
교통 체증이 심한 도심에 승용차 진입을 금지시키고 시내버스와 택시만 다니게 하는 방안으로 주차난과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탈리아 피렌체가 이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 주택관리카드
단독, 다가구, 다세대 주택의 무분별한 재건축을 막기 위한 제도.
주택의 준공시기, 노후도를 정기적으로 기록 관리해 재건축보다는 개량 개보수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과 같이 오래된 단독·다가구 주택이 밀집된 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