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탤런트 홍수아는 “저의 엽기 발랄녀 이미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배신이지만 비련의 여주인공 연기를 완벽히 해낼 수 있는 배우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미옥 기자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웃음소리가 변해간다. 호호->히히히->쿠쿠->흐흐흐흐->크흐흥.
탤런트 홍수아(20)와 인터뷰가 끝난 후 귓가에는 왠지 억제된 듯하면서 독특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남았다.
‘홍수아’하면 얼핏 그 얼굴이 떠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MBC 시트콤 ‘논스톱5’(연출 전진수)에서 높은 톤의 목소리로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엽기녀나 쌍꺼풀 없는 큰 눈과 개구쟁이 같은 웃음, 화려한 댄스로 남자 게스트를 사로잡는 KBS ‘해피 선데이’ ‘여걸 식스’의 고정 MC ‘수아’를 언급하면 “아∼”하고 무릎을 칠 사람이 많다.
“사실 ‘논스톱’의 수아는 극 중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예요. 그래서 ‘오버’도 많고 말도 함부로 하고 건방지게 행동하고, 암튼 엽기적인 모습을 극대화시킨 거죠. 호호(인터뷰 5분 경과).”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홍수아는 엽기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진지한 표정과 어깨선이 드러난 하얀색 상의와 치마, 선명한 화장으로 ‘홍수아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는 CF와 영화(‘여고괴담3’, ‘페이스’, ‘잠복근무’) TV에 종횡무진 출연 중이다.
“사실 속상해 많이 울기도 했어요. 제 역할을 열심히 했을 뿐인데…. ‘홍수아가 연기자야? 개그우먼 아니야?’ 이런 소리 들을 때가 괴로웠죠. 하지만 밝고 명랑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엄마도 경험이라며 격려해줘요. 히히(15분 경과).”
무표정하던 얼굴과 조용한 분위기가 점점 변해간다.
2001년 홍수아는 무용수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수원 영신여중)이었다. 친구와 서울 동대문시장에 옷을 사러왔다가 ‘길거리 캐스팅’ 돼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연기자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끼는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반장을 도맡았고 무용을 배워 학교행사마다 나섰거든요. 쿠쿠(20분 경과).”
앞에 앉은 홍수아는 인터뷰가 무르익어가자 조신한 모습에서 엽기발랄한 시트콤의 ‘수아’로 조금씩 변해갔다.
“남들보다 특별히 잘하는 것 없고요…. 사실 뭐든 잘해요. 흐흐흐흐. 운동신경도 좋아 학창시절에 체력장에서 1급만 받았죠. 학교 얘길 하니까 학교(건국대 예술학부 1학년) 가고 싶어요. 친구도 만나고 싶고 수업도 듣고 싶거든요. 그래도 일에 대한 성취로 다른 욕망은 누르고 있어요. 흐흐흐∼(30분 경과).”
점점 기자가 아는 홍수아가 튀어나온다. 영화 ‘잠복근무’에서 김선아를 괴롭히는 ‘학교 여짱’역을 맡았을 때는 대선배를 패는 장면 때문에 촬영 전날 잠을 설쳤다는 홍수아. 이젠 새로운 도전거리를 찾을 시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은 연기는 ‘가을동화’에 나오는 송혜교 같은 비련의 여주인공이죠. 크흐흥(웃음소리 큼). 보통 분들은 ‘걔는 안돼’라고 한다지만 전 자신 있어요. 언제든지 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습니다. 크흐흥(40분 경과).”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