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외교관들이 공격 대상으로 떠올랐다. 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바그다드 주재 파키스탄 대사와 바레인 고위 외교관이 잇달아 총격을 입었다. 이에 앞서 2일에는 역시 바그다드에서 이집트 대사가 납치를 당했다. 3일에는 러시아대사관 차량 2대가 무차별 총격을 당하기도 했다.》
▽범인은 누구?=요르단 출신의 테러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이끄는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은 6일 이하브 알 셰리프 이집트 대사를 납치해 신병을 확보 중이라며 그의 운전면허증과 외교관 신분증, 의료보험증을 찍은 사진을 인터넷 웹 사이트에 공개했다.
다만 파키스탄과 바레인 외교관들에게 총격을 가한 무장괴한들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AP통신은 무장괴한들이 두 나라 외교관을 납치하기 위해 공격했다고 전했다.
또 인터넷상의 한 음성녹음은 “이라크군은 배교자의 군대이며 이슬람을 파괴하려는 십자군과 결탁한 용병들”이라며 “미국 관리와 접촉한 일부 저항세력 조직을 공격하기 위한 새로운 부대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 목소리 주인공이 자르카위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알 카에다의 새로운 전략인가=이번에 공격을 당한 이집트와 파키스탄, 바레인은 중동 국가 중에서는 미국과 가장 가깝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이집트는 6월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이라크 지원 국제회의 때 미국이 요구한 이라크와의 외교관계 격상을 준비 중이었다. 대리대사급에서 대사로 주재국 최고위직 외교관을 격상시키기로 하고 이번에 납치된 셰리프 대리대사를 정식 대사로 내정한 상태였다.
아랍어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번 외교관 공격은 바그다드에 대사관을 개설하거나 외교관계를 격상시키려는 중동 국가들에 대한 알 카에다의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이라크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것.
또 이라크 정부가 외교관들도 보호하지 못할 만큼 허약하다는 점을 일깨우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외교관 공격 시점이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때와 맞물리는 점 역시 유의할 대목이다. 저항 세력의 상당수가 수니파라는 점에서 이라크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저항세력의 외교관 공격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파키스탄과 바레인은 5일 자국 외교관들을 일시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2003년 말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미군 등 연합군보다는 ‘소프트 타깃(공격하기 쉬운 비군사적 목표)’으로 불리는 외국 민간인을 주로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당시 한국 오무전기 직원들도 이 같은 배경에서 희생당했다.
한편 아랍지역 22개국 협력체인 아랍연맹과 국제사면위원회(AI)는 무장괴한들의 외교관 납치와 공격을 일제히 비난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