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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똑똑하던 인재 다 어디로 갔나”…LG경제硏 원인 분석

입력 | 2005-07-07 17:52:00


‘애써 뽑은 똑똑한 인재들은 다 어디로 숨은거지?’

국내 A사는 많은 비용을 들여 우수한 인재들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기존 구성원과 별반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낮은 성과를 내고는 이직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새로 들어온 우수 인재들이 과거에 보여줬던 뛰어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LG경제연구원은 7일 ‘똑똑한 인재가 성과를 못 내는 5가지 이유’라는 보고서를 내고 △조직 내 집단 왕따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 △기회를 주지 않는 기업 △무능한 리더 △상사 및 동료와의 인간적 갈등 등을 원인으로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직 내 집단 왕따=능력이 너무 뛰어나도 조직 생활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한 온라인 취업포탈업체가 직장 내 따돌림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부서 내 집단 따돌림 현상이 있다’고 했고, ‘척척박사형, 잘난척형’이 2대 왕따 대상 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일부 회사에서는 우수한 인재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수단으로 ‘발탁 승진 제도’를 도입했으나, 구성원들이 발탁 승진자를 따르지 않아 폐지했다.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문화=누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부정적인 반박이 앞서는 분위기 속에서는 우수인재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 좋은 점수로 조직의 기대를 잔뜩 받으며 입사한 신입사원 A씨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부정적 반박과 ‘책임질 수 있냐’는 말에 확답을 할 자신이 없어지자 조직이 해오던 대로 그냥 따라하게 됐다.

◇기회를 주지 않는 기업=똑똑한 인재를 확보하고도 그에 맞는 도전적 업무를 주지 않고 보통의 구성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부여해 결국 ‘우수 인재의 보통 인재화’를 초래한다. 조직은 ‘실패할 수도 있지, 내가 책임질 테니 한번 해봐’라는 태도로 똑똑한 인재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무능한 리더=리더들 사이에서는 흔히들 ‘부하 직원이 적당히 뛰어나면 행복한데, 지나치게 뛰어나면 스트레스 받는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오간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을 견제하고 공을 가로챈다. 맥킨지의 2000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무능한 상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고, 86%가 ‘회사를 떠나고 싶다’고 응답했다.

◇상사 및 동료와의 인간적 갈등=똑똑한 인재 그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학력이나 학벌이 좋은 인재들일수록 자기중심적으로 판단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아마데우스콤플렉스’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조직 내 인간관계 구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인터넷 취업 사이트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을 조사한 결과, ‘동료간 갈등’이 40.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박지원 선임연구원은 “한번 믿었던 인재에게 끝까지 신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국 고전 '삼국지'에서 손권이 ‘사람을 믿지 못하면 엄청난 재주가 있다 해도 제대로 발휘 못한다’고 말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