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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자비]北인권 언제까지 침묵할건가

입력 | 2005-07-08 03:06:00


몇 년 전 네덜란드에 살 때 거의 매일 저녁마다 모금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국제사면위원회’와 ‘국경 없는 의사회’를 비롯해 아프리카의 심장병 어린이를 위해, 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에이즈 환자들을 위해, 방글라데시의 수로사업을 위해, 후진국 개발사업을 위해 등등.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 집 앞에 와서 벨을 누른다.

그러면 대개 우리 돈으로 500∼1000원에 해당하는 돈을 기부한다. 많을 때에는 하루 저녁에 서너 팀이 올 때도 있다. 이렇게 해서 모인 돈은 전 세계의 가난한 자들, 어려운 자들, 학대받는 자들을 돕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지금 북한에서는 굶어죽는다고 야단이고, 정치범 수용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끔찍한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배가 고파 탈북했다가 도로 잡혀 가서 처형되는 일도 있고,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단돈 몇 만원에 팔려간다는 보도도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침묵하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다른 민족이라고 해도 마땅히 도와야 하겠거늘, 그들은 우리와 한 핏줄을 나눈 동포요 형제자매가 아닌가.

이들의 인권을 도외시하고서 ‘통일’이니 ‘민족’이니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통일이란 우리가 다함께 잘살기 위해 하자는 것인데, 고통 받고 신음하는 동포들을 모른 체하고서 통일을 한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한 통일이며 무엇을 위한 통일이란 말인가.

우리는 ‘통일’이나 ‘민족’보다 더 기본적이고 상위의 가치인 ‘인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렇게 말했다. “다투는 여인과 함께 큰 집에서 사는 것보다 움막에서 혼자 사는 것이 나으니라”(잠언 21:9). 이 말은 꼭 혼자 사는 것이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인권 없는 통일보다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가 더 중요하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변종길 고려신학대학원교수·천안 필그림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