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영국 런던에서 적어도 4차례의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AP통신은 적어도 4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고, 영국 ITN TV는 최소 45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부상자 수도 360여 명에서 1000명까지 엇갈리게 보도했다.
런던 경찰은 폭발이 동시 다발로 발생해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피해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열리고 있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다른 정상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8개국 정상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이는 G8 정상회의 개막에 맞춰 감행된 야만적인 테러”라고 규탄했다. 블레어 총리는 정상회의장을 떠나 급거 런던으로 돌아왔다.
‘유럽 알 카에다 비밀조직’이라는 단체는 사건 직후 웹사이트를 통해 런던 연쇄 폭발이 자신들의 범행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번 폭발이 영국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 개입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연쇄 폭발이 ‘유럽의 9·11테러’로 불리는 지난해 3월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연쇄 테러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국제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런던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51분경 리버풀스트리트와 앨드게이트 이스트 중간지점을 시작으로 킹스크로스와 러셀스퀘어의 중간지점, 에지웨어로드 등 지하철 3개 지점에서 차례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오전 9시 47분경 마지막으로 킹스크로스와 러셀스퀘어 역 사이 태비스톡스퀘어에 있던 이층버스가 폭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쇄 폭발 소식이 전해진 뒤 런던 증시의 파이낸셜타임스주가(FTSE) 지수는 5,022.10으로 207.54포인트가 떨어지는 등 유럽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뉴욕 상업거래소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이날 개장 전 거래에서 8월 계약분이 배럴당 62.10달러로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올림픽 환호’ 하루만에 ‘테러의 공포’로
한때 ‘해가 지지 않던 나라’ 대영제국의 수도 런던이 7일 연쇄 폭탄테러를 당했다. 런던 시민들은 2012년 올림픽 유치 하루 뒤인 이날 수도 중심부가 연쇄 폭탄테러로 습격당한 충격에 엄청난 공황상태에 빠졌다.
○…런던 경찰은 7일 오후 3시 반경 기자회견을 열고 앨드게이트 이스트 인근 지하철 폭발로 7명, 킹스크로스 인근 폭발로 21명, 에지웨어로드역 폭발로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태비스톡스퀘어의 이층버스 폭발 사망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영국 스카이뉴스는 부상자가 10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번 연쇄 폭발에 따른 사상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폭발이 출근길 혼잡시간대에 일어난 데다 강도도 강한 것으로 전해져 이러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 밖에 2곳의 지하철 폭발은 지하터널에서 발생해 사상자 확인과 수습이 한층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한국인 사상자 여부에 관한 보도는 아직 없는 것으로 현지 교민은 전했다.
6일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돼 축제 분위기였던 영국 런던이 하루 만에 연쇄 폭발 테러의 공포에 휩싸였다. 7일 폭발 사고가 발생한 에지웨어로드 역 인근 거리에서 얼굴에 화상을 입은 피해자(가운데)가 구조대원의 부축을 받으며 황급히 대피하고 있다. 런던=게티이미지스 본사 특약
○…이층버스가 폭발한 태비스톡스퀘어에 있던 한 목격자는 “이층버스가 폭발하면서 지붕이 날아가고 승객들이 길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엄청난 폭발이었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 달아났으며 유리 파편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고 덧붙였다.
한 생존자는 “버스 지붕이 날아가 10m 뒤로 떨어졌다”며 “버스 뒤편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쪽에 앉아 있었는데 쾅하는 소리와 함께 뒤를 돌아보니 이층칸 절반이 날아가고 없었다”고 겁에 질려 덧붙였다.
지하철역 킹스크로스를 막 출발한 지하철에 탑승했던 한 생존자는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하철이 멈췄다”고 폭발 당시를 전했다. 지하철은 20분간 지하터널에 갇혀 있었지만 기관사로부터 아무런 고지도 없었다는 것.
현지 교민인 오태민 씨는 “폭발 직후 친지 및 주변사람들의 안부를 묻는 전화로 약 한 시간 반 동안 모든 전화선이 거의 불통상태에 빠졌다”고 전해 왔다. 이와 관련해 통신업체 보다폰 사의 대변인은 휴대전화를 우선적으로 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테러범들의 연쇄 공격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들에게 조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코맥 머피 오코너 웨스트민스터 추기경에게 “인류에 대한 야만적 작태”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런던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사건에도 불구하고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에서 열리고 있는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G8 정상들은 폭발사건 발생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회담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 의제들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폭발사건은 G8회의 공식 개막 전 토니 블레어 총리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만나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논의한 후 기자회견을 갖던 중 발생했다. 블레어 총리가 런던으로 귀환한 후 부시 대통령은 회담장에 남아 미국 워싱턴의 국가안보 관계자들과 계속 전화로 접촉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봤다.
백악관 측은 “부시 대통령이 G8회의를 중단하고 워싱턴으로 돌아갈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알카에다 최근 “敵들에게 곧 대규모 보복”▼
이번에도 알 카에다의 소행일까.
‘유럽 알 카에다 비밀조직(Secret Organization al-Qaida in Europe)’이라는 단체가 테러 발생 직후 웹사이트를 통해 영국 런던의 이번 연쇄 폭발이 자신들의 행위라고 성명을 발표해 일단 알 카에다 조직이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랐다.
이 조직은 ‘기뻐하라, 무슬림 사회여’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영웅적인 이슬람 전사들이 약속대로 런던에서 성스러운 공격을 감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불타고 있는 런던을 보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대를 철수하지 않는 나라들은 똑같은 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견하고 있는 이탈리아, 덴마크 등 다른 나라들에서도 유사한 공격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명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데다 웹사이트가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두바이에서 개설된 점을 미루어 볼 때 알 카에다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알 카에다의 또 다른 해외 조직인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이 최근 “이슬람을 더럽히는 적들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조만간 있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알 카에다는 9·11테러 이후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미군의 추적을 피해 오랫동안 잠행을 거듭하면서 조직력이 급속히 약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최근 이라크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테러와 납치를 시도해 재기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라크 알 카에다 조직은 이달 초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바그다드 주재 파키스탄 대사와 바레인 고위 외교관을 목표로 총격을 가했다. 또 이 조직은 이날 한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 납치한 이라크 주재 이집트 대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알 카에다가 서방 세계에 대한 자신들의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럽 알 카에다’를 통해 런던 테러를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마침 선진 8개국(G8) 정상회의가 스코틀랜드에서 열리고 있었다는 점도 공격의 효과를 극대화하기엔 최적의 시간이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공격과 이라크전 발발 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가장 적극적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지원하고 나서 영국은 미국과 함께 알 카에다의 제1의 잠재 테러 대상으로 꼽혀 왔다.
또 런던은 무슬림 단체들의 활동이 활발해 테러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테러리스트를 구하기 쉽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영국령인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공화국의 통일을 요구하는 반(半)군사조직인 북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소행일 수도 있으나 최근 IRA와 영국 간 평화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어 그 가능성이 낮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