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의 한류(韓流)가 진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 매체들은 한류와 관련한 가십성 보도에서 벗어나 좀 더 진지한 관점으로 한국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특집물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의 진보적 주간지 ‘난팡런우(南方人物)주간’은 5월 ‘발견한국-국가부흥의 비밀’이라는 특집기획물을 선보였다. 드라마 ‘대장금’의 탤런트 이영애가 표지모델로 나와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았던 이 특집은 한국의 주요 인물 10여 명을 선정해 인터뷰 하면서 한국을 이끌어가는 힘을 소개하고, 현재 중국의 사회 문화가 당면한 과제 해결을 위한 시사점을 발견하려 했다.
이 특집에서는 국회의원 임종석 한명숙, 영화감독 강제규, 작가 최완규, 가수 전인권, 연출가 김민기를 비롯해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바둑기사 조훈현, 서병문 문화콘텐츠진흥원장 등을 인터뷰했다.
당시 취재를 담당했던 기자는 “한국이 50년간 이루어 낸 경제 발전과 사회적 문제 해결 과정 등을 살펴보면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 방안에 대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읽어 낸 21세기 한국의 화두는 ‘민족통일과 사회의 다양성’ ‘사회주의 정치와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양립해야 하는 중국의 현실과도 그다지 멀지 않았다. 이전 중국 언론들이 한국에 대해 가졌던 왜곡되고 다분히 선정적인 보도 태도와는 큰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상하이의 대표적인 TV채널인 ‘상하이둥펑(上海東方)TV’는 세계 명사탐방 인터뷰 프로그램 ‘21@21’을 운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6월 한 달을 한국에 할애하는 ‘한국 특집’을 편성해 정몽준 의원, 바둑기사 이창호, 강 감독, 영화배우 전지현을 인터뷰했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동양인은 중국계 미국인 테니스 스타 마이클 창과 디자이너 안나 수이 뿐이었다.
‘중국의 래리 킹’이라 불리는 사회자 잭 팬은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한국은 반드시 깊이 이해하고 교류해야 할 국가이며 문화다. 지금 이 시점에서 한국을 찾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내 한류 소비형태가 드라마와 영화, 대중가요, 스타 등의 감각적이고 1차원적이었다면, 근래의 한국 관련 특집기획들은 서서히 형태가 진화해가고 있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즉, 한국 문화와 사회에 대해 좀 더 근본적이고 진지한 관심과 조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이 당면한 △도농 간 빈부 격차 △사회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경제구조의 조화로운 발전 △지역 간 발전 격차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중국적 미래문명사회의 조화로운 건설 문제 등은 매우 심각해 종종 사회갈등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문제들에 대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타 문화권의 경험과 노하우를 진지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최근 중국 언론의 잇따른 한국 사회와 그 대표적 인물들에 대한 관심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권기영 문화콘텐츠진흥원 중국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