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08학년도 입시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8일 서울대 본관 회의실에서 장호완 회장(오른쪽) 등 교수협의회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대학교육 관련 정책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안에 대한 정부 여당의 총공세에 정면으로 맞서는 분위기다.
평교수 모임인 교수협의회는 8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반박 성명을 발표했다. 외부 인사들이 포함된 최고 의결기구 성격의 서울대 평의원회도 11일 긴급회의를 소집한다.
정운찬 총장과 이종섭(李鍾燮) 입학관리본부장이 7일 당정 입장을 공식 반박한 데 이어 교수들까지 나선 이유는 정부의 대학 자율성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자체판단 때문이다.
교수협의회 장호완(張浩完·지구환경과학부) 회장은 “군사정권 이래 가장 심각한 침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교수협의회 성명은 “정치권에서 ‘전면전’ ‘초동진압’이라는 군사용어를 남발한다”면서 “‘손을 본다’ ‘조져야 한다’는 폭언을 쓰는 일부 정치인의 언행은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대를 ‘정책 실패의 희생양’ ‘공교육 실패의 주범’으로 호도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게 서울대 교수들의 입장이다.
교수들은 “지금의 ‘공교육 붕괴’라는 현실은 한 세대에 걸쳐 누적된 교육정책의 오류가 낳은 결과”라며 “대학입시가 그 원인인 것처럼 보는 전도된 인식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협의회 김안중(金安重·교육학과) 부회장은 “교육을 교육 원리대로 해결하지 않고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의해 해결하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다른 대학 교수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각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밝혔다.
이날 대책회의는 성명서 내용보다 더 격앙된 분위기에서 계속됐다. 공교육이 무너진 현실을 개탄하고 대학의 자율성 침해에 위기를 느낀다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한 교수는 “대학 신입생의 기초학력 저하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왜 중등교육 정상화 목소리는 없느냐”며 “100명 중 1명이 아닌 10명 중 1명을 선발해도 서울대의 옛 학력수준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다른 교수는 “심심하면 교육부에 휘둘리고, 정치권에 욕먹는 것이 서울대 교수냐며 차라리 그만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교육의 존엄성과 자율성은 사라졌다”고 자조했다.
“억측 주장을 하는 모 의원이 입시학원으로 돈을 번 사람이라던데 서울대 입시안이 사교육을 망하게 하고 출판사를 흥하게 하니 배가 아픈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이성원(李誠元·영어영문학과) 부회장은 “평준화 정책으로 학생 수준이 떨어졌는데 대학은 세계적인 수준의 인재 길러내기를 강요받고 있다”며 “학생 선발권이라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현주소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