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열린 제2회 대학혁신포럼 중 노무현 대통령(왼쪽)이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악수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연설 후 대학 총장들과 인사하는 과정에서 정 총장과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악수를 했다. 안산=석동률 기자
서울대의 2008학년도 입시안 논란의 주요 당사자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이 8일 경기 안산시 한양대 캠퍼스에서 열린 대학혁신포럼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행사는 한양대와 숙명여대, 부산대, 아주자동차대 등 4개 대학의 특성화 성공 사례 발표를 듣고 대학 관계자들과 정부가 고등교육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는 자리.
일부 대학 총장들도 참석한 이 행사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부드러웠지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정 총장은 이날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했고, 노 대통령은 정리발언을 통해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또 한 차례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본고사 부활이냐 아니냐에 대해 서로 오해가 있어서 서울대 총장과 정부 여당이 옥신각신했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대학의 학생 선발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한 뒤 긴장된 장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나는 어느 대학에도 유감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전날 서울대를 강하게 비난했던 것과는 달리 “저도 교육정책을 열심히 연구했지만 모든 교육 주체가 각기 다른 이해관계로 얽혀 있어 참 어려운 문제”라며 “서로 양보하고 대화해야만 풀 수 있다”고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대해서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교육부 장관이 유능하다고 해서 교육 문제가 간단히 풀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은 질의 시간에 곽병선(郭柄善) 경인여대 학장 등 일부 참석자가 ‘교육대통령’이라고 지칭한 데 대해 “바깥에서 국민이 들었으면 폭소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은 강당 맨 앞줄로 나가 정 총장을 비롯한 대학 총장들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와 함께 간단한 인사말을 나눴다.
대통령이 떠난 뒤 정 총장은 기자들이 대통령과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질문하자 “‘그냥 말씀 잘 들었다’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서울대의 추가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로 할 얘기가 없다”고 대답을 피했다.
이어 어윤대(魚允大) 고려대 총장이 정 총장에게 “양쪽 다 뜻이 옳고 바른데 중간에 의사소통이 잘못된 것 같다”며 “이제 오해였다는 것을 서로 알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신인령(辛仁羚) 이화여대 총장은 “서울대가 본고사 하겠다고 말한 적도 없고 무엇이 본고사냐에 대한 정의도 없는데 너무 획일적으로 공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산=노시용 기자 syr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