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X파일 사건’이나 ‘서울대 도서관 폭행 사건’을 아세요?
이들 사건은 억울한 피해자를 낳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X파일’이라는 불확실한 정보는 연예인들에게 ‘날벼락’에 가까운 피해를 줬고 서울대 도서관에서 싸움을 벌인 남학생의 여자친구는 사건 당사자도 아닌데 인터넷에 사진이 공개되면서 비난과 조소를 당했습니다.
이후 ‘개똥녀’ ‘덮녀’ 등 일일이 소개하기 힘든 비슷한 사건이 생겼고 피해자도 늘어났습니다.
최근 생긴 ‘포털 사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임’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네이버, 다음, 야후 등 포털 사이트를 ‘명예훼손 가해자’로 지목하고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명예훼손 정보가 확산되는 과정을 보면 피해자들의 심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선 포털 사이트는 명예훼손의 우려가 높은 게시물을 ‘화제의 글’로 소개합니다. 이 글은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 ‘인터넷 화제’로 확대 보도됩니다. 포털 사이트는 이를 다시 편집해 ‘가장 많이 본 뉴스’로 내세웁니다.
누리꾼들은 이 뉴스에 ‘댓글’을 달고 실명과 사진 등 개인정보를 공개합니다. 포털 사이트는 이를 막는다고 주장하지만 하루에 10만 건 이상 올라오는 댓글을 수십 명 수준의 인력으로 막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문제의 게시물은 적어도 수시간씩 인터넷 공간에 남게 되고 그동안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와 미니홈피 등으로 끝없이 복사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터넷 언론’ 포털 사이트는 피해자의 항의가 있으면 “뉴스는 언론기관에서 공급한 것이니 책임은 해당 언론사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요구하면 “우리는 인터넷 기업이지 미디어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포털 사이트 피해자를 위한 모임’의 기자회견은 대부분의 언론매체에 의해 주요기사로 다뤄졌습니다. 하지만 포털 사이트 뉴스 메인창에는 이 기자회견에 대한 기사는 보이지 않습니다. ‘편집’된 것이죠. 편집은 기사 작성 못지않은 언론의 고유 기능입니다.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기사를 편집으로 걸러내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이 ‘권리’만 적극적으로 누리고 피해자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책임’은 다하지 않는 포털 사이트의 잘못된 행태라고 생각합니다.
김상훈 경제부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