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선 텍사스 박찬호의 전반기 성적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평균자책 5.46인 투수가 8승3패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 ‘불가사의’에 대해서다.
통계를 보니 박찬호는 규정 투구이닝을 채운 메이저리그 전체 108명 가운데 평균자책은 최하위권인 100위에 그쳤다. 반면 다승은 23위, 승률은 더 높아 10위에 올라 있다.
박찬호의 부문별 성적이 이처럼 롤러코스터를 탄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타선의 지원 덕분. 박찬호는 올해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서 9이닝 평균 7.76의 득점 지원을 받아 손쉽게 승수를 쌓았다. 이는 평균자책을 2점 이상 웃도는 수치.
반면 박찬호와는 정반대가 로저 클레멘스(휴스턴)다. 43세 노장인 그는 나이를 잊은 맹활약으로 경이적인 1점대(1.48) 평균자책을 기록 중이다. 2위인 돈트렐 윌리스(2.39·플로리다)와는 거의 1점차. 그러나 워낙에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박찬호보다 못한 7승3패에 머물고 있다. 득점 지원율은 3.91로 91위.
그나마 클레멘스는 나은 편이다. 존 패터슨(워싱턴)은 평균자책 2.91로 10위지만 겨우 3승(2패)을 따냈고 3점대 초반인 네이트 로버트슨(디트로이트)은 3승7패, 빅토르 산토스(밀워키)는 2승9패에 머물렀다.
지난해 8승을 거두며 혜성처럼 등장한 2년생 유망주 재크 그레인크(캔자스시티)는 완투를 2번이나 했지만 1승11패의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의 득점지원율은 2.03으로 최하위.
그렇다면 올해 박찬호는 좋은 투수일까, 나쁜 투수일까. 과연 재기엔 성공한 것일까.
참으로 어려운 질문이다. 앞에서 본 것처럼 투수의 자질을 평가하는 3대 요소인 평균자책, 다승, 승률이 서로 다른 계기판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지표도 사정은 비슷하다.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7경기로 84위, 탈삼진은 71개로 53위, 땅볼 비율(땅볼÷뜬공)은 1.53으로 33위다.
‘두 얼굴의 사나이’란 별명까지 얻은 박찬호. 일단 결론은 유보하자. 박찬호에겐 아직 후반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