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세리머니로 굼벵이가 그려진 셔츠를 내보이고 있는 박주영. 그는 여자친구를 ‘예쁜 굼벵이’로 부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스무 살 축구 천재 박주영. 그는 지난달 23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 홈피(cyworld.nate.com/cyp10)에서 “저에겐 예쁜 굼벵이가 한 마리 있어요. 너무나 사랑하고 아끼는 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입니다”라며 ‘여친(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을 공개했다.
‘굼벵이’ 여친은 고려대 1년 선배인 정 모(21) 씨. 이에 정 씨도 자신의 미니 홈피에서 “주영이는 귀엽고 예쁜 제 꼬맹이”라고 화답했다.
그런데 정 씨의 홈피는 어떻게 알았는지 수천 명, 많게는 1만 명 이상의 누리꾼이 폭주했다. 방명록과 댓글도 낯모르는 누리꾼의 글로 채워졌다. “주영 오빠와 예쁘게 사랑하세요”, “너무 부럽네요” 등 격려가 대부분이었지만 “네가 정말 여자친구냐”, “주영 오빠는 내 거다” 등 부담이 되는 글이 적지 않았다.
정 씨의 홈피는 여느 대학생처럼 가족 친구의 사진과 이야기를 올려놓는 개인적인 공간. 결국 정씨는 얼마 안돼 “너무 부담스럽다”며 홈피를 ‘1촌 공개’로 바꿨고 최근에는 폐쇄했다.
정 씨는 “주영이 많이 예뻐해 주세요. 그런데 저는 그 관심에서 내려놓아 주시길 부탁드려요”라며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했다.
박주영도 최근 자신의 홈피에 “여러분 덕분에 굼벵이랑 예쁘게 잘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라면서도 “지금은 홈피 관리하기가 너무 복잡해요. 조금만 쉬다 돌아올게요”라며 사진 등 대부분의 콘텐츠를 비공개로 바꿔 놓았다.
실제 스타플레이어들의 여자친구나 가족은 주위의 과도한 관심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지난해 아테네 올림픽에서 ‘탁구 신동’ 유승민이 금메달을 딴 뒤 여자친구 김모 씨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자마자 김 씨는 누리꾼 사이에서 ‘원치 않는 스타’가 됐고 결국 둘은 헤어져야 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