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을 하루 앞둔 12일 미국 디트로이트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홈런더비는 4만1004명의 관중이 내지르는 환호 소리만큼 한껏 달아올랐다.
4번째 타자로 ‘빅초이’ 최희섭(26·LA다저스)이 타석에 들어섰다. 다저스의 푸른색 모자에 내셔널리그 유니폼인 오렌지색 상의 차림인 최희섭은 분위기에 압도당한 듯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다저스 불펜투수 로브 플립포가 던져주는 6번째 공까지 홈런을 때리지 못한 최희섭은 7번째와 8번째 공을 연속으로 오른쪽 담장을 넘기며 다소 여유를 찾았다. 홈런 3개를 더 때린 뒤 1라운드를 마친 최희섭은 ‘후유’ 하고 크게 숨을 내뱉은 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참가 선수들과 차례로 손을 맞췄다.
한국의 이름을 걸고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참가한 최희섭이 세계인의 큰 축제에서 당당히 제 몫을 해냈다. 1라운드 5개의 홈런으로 출전자 8명 가운데 공동 5위에 그쳐 상위 4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부끄럽지 않은 기록이었다.
144m를 날아간 최희섭의 5번째 홈런은 이날 손으로 꼽을 만큼의 대형 홈런이었다.
최희섭의 5개 홈런은 다저스 소속 역대 참가 선수 중 최다. 홈런더비가 처음 열린 1985년 이후 스티브 가비, 마이크 피아자(2차례 출전), 라울 몬데시 등 3명이 4차례 홈런더비에 참가했지만 아무도 3개 이상 때리지 못했다.
이날 홈런더비 최고의 스타는 단연 베네수엘라 대표로 나온 바비 아브레유(필라델피아)였다. 그는 1라운드에서 무려 24개의 홈런을 때려 미겔 테하다(볼티모어)가 지난해 세운 올스타 홈런 더비 단일 라운드 최다 기록(15개)을 경신했다. 합계에서도 41개로 테하다의 최다 기록인 27개를 넘었다. 관중은 아브레유의 홈런 퍼레이드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고 CNN, MSNBC 등 미국 언론들도 앞 다퉈 새로운 스타 탄생을 전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