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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권장도서 100권]법의 정신-바롱 몽테스키외

입력 | 2005-07-13 03:40:00


1689년 1월 18일 태어난 바롱 몽테스키외가 1748년에 출간한 ‘법의 정신’은 약 20년에 걸친 필생의 대작이었고, 당대에 이미 22판을 찍을 정도로 큰 사상적 영향을 미쳤다.

‘법의 정신’이란 제목만 보더라도 단순히 법전 속의 법이 아닌, 환경과 인간 사이, 인간과 인간사이의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생장한 풍부하고 생명력 넘치는 법의 모습이 떠오른다. 좋은 책이란 이처럼 제목 자체에서부터 이미 독자의 상상력을 계발하는 힘을 내뿜는 것일까?

몽테스키외가 방대한 역사적 연구를 통해서 추출한 법의 보편적 정신은 무엇일까?

그는 자유의 보호와 증진, 평등의 보장, 그리고 개인적 사회적 안녕의 달성이라고 말한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는 ‘법의 정신’에서 특히 중요한 제2부에서는 ‘자유의 보호와 신장이라는 법의 정신이 어떻게 하면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는가’라는 문제를 고찰한다.

‘타인의 자의적인 지배로부터 독립된 상태로서의 자유’를 확보하는 정치체계를 구상하는 것이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서양 정치철학의 과제였다. 이와 같은 공화주의적(共和主義的)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법의 정신’인데, 그 실현되는 구체적 내용은 한 정치적 공동체가 민주정(民主政), 귀족정(貴族政), 군주정(君主政)이냐에 따라서 다르게 될 것이라고 몽테스키외는 말한다.

어떠한 통치구조에서이건 ‘법의 정신’의 핵심적인 표현은 ‘법의 지배’와 ‘삼권분립(三權分立)’에 있음을 확인한 몽테스키외는 21세기 한국사회가 배울 만한 교훈 두 가지를 역설한다.

우선 몽테스키외는 민주주의 정체에서는 ‘시민적 덕성(德性)’이 필수적임을 강조한다. 그러나 더 주목하여야 할 점은 민주정의 부패와 관련한 몽테스키외의 경고이다.

그는 “민주정체는 구성원이 평등의 정신을 상실할 때문만이 아니라, 극도의 평등정신을 가짐으로써 통치자로서 선출된 자와 평등해지려고 할 때에도 부패한다”고 경고했다.

그때 시민들은 자신이 위임한 권력마저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로원(의회)을 대신하여 심의하고, 집정관(대통령)을 대신하여 집행하고, 재판관을 파면하고 모든 것을 자신들이 직접 하려고 하게 되면서 국가와 법의 민주적 권위가 약화되고, 급기야 독재정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즉, 법의 정신이 ‘공화주의적 자유와 평화’의 보장에 있기는 하지만, 민주적 권위가 사라지게 되면 ‘나쁜 의미의 안정성’을 위하여 구성원은 자유를 희생하면서라도 독재정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가히 ‘민주정의 역설(逆說)’이라 할 만하다. 이런 경우를 몽테스키외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 찾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제3부는 “각 나라의 실정법이 비슷한 법의 정신을 지향하면서도 왜 구체적인 법규정은 달리 나타나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은 ‘걸리버여행기’와 비교하면서 읽어보기를 권한다. 제임스 프레이저의 ‘황금가지’를 읽고 감동받은 적이 있는 독자라면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종류의 지적(知的)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김도균 서울대 교수 법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