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신나는 휴가철이다. 마음은 벌써 무거운 삶의 굴레를 훌훌 벗어던지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향한다.
휴가는 편하고 즐거워야 한다. 여기에 알뜰함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
휴가철을 맞아 금융회사들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잡기 위해
눈길 끄는 서비스를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 기회를 100% 활용한다면 훨씬 더 편하고 알뜰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지난해 여름에 있었던 일이다. 법무사 김모(47) 씨는 가족과 함께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지갑을 통째로 잃어버렸다. 당장 현금이 필요했지만 신용카드도 함께 잃어버려 돈을 뽑을 수가 없었다. 휴가지라 신고할 장소도 마땅치 않았다.
발만 동동 구르던 김 씨는 해수욕장 근처에 정차해 있던 하나은행의 ‘움직이는 하나은행’ 버스를 발견하고 무작정 들어갔다. 다행히도 신용카드 사용을 정지하고 현금을 출금하는 등 당장 필요한 일을 할 수 있었다.
이틀 뒤 김 씨는 음료수 상자를 들고 다시 이동 지점을 찾았다. 그는 기분 좋게 휴가를 마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움직이는 하나은행’의 김성민(金成玟·45) 지점장은 이 일화를 소개하며 “이런 맛에 이동 지점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이동 지점은 버스나 트럭을 개조해 휴가철 금융 사각지대에 고립될 수 있는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SC제일은행이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21일∼8월 16일 해운대, 송정, 낙산 해수욕장 등을 돌며 고객 지원에 나선다. 서비스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이동 차량은 정비에 들어갔다.
이동 지점에서는 24시간 현금 입출금 서비스, 환전, 송금, 신용카드 업무 등 일반 영업점과 동일한 금융 서비스가 가능하다. 인공위성을 통해 통신하는 무선통신단말기와 자동화기기를 특수 차량에 설치한 영업점인 셈이다.
휴가지의 특수성을 감안해 5명의 직원이 오전 9시∼오후 10시 근무한다.
이동 지점의 운영 유지비는 연간 7억 원을 넘는다. 반면 실제 수익은 1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도 이동 지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뭘까.
김 지점장은 “이동 지점은 고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고객 속으로 파고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이진영(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