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처음 방송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루루공주’에서 주연을 맡은 탤런트 김정은(왼쪽)과 정준호는 “2년 전 영화 ‘가문의 영광’에 함께 출연한 후 친해져 지금은 서로 쳐다만 봐도 웃음이 날 정도”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SBS
왕자와 공주의 대결인가?
“이번에는 ‘플레이보이’입니다. 세상 어떤 여자라도 10분 안에 넘어오게 만들 자신이 있어요. 이 여자도 예외는 아니죠.”(정준호)
“저는 공주랍니다. 가진 것도 많고 부러울 것 없는 제가 본의 아니게 이 남자와 인연을 맺죠.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고 저를 못살게 구는 이 남자. 저도 신기해요.”(김정은)
1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탤런트 정준호(35)와 김정은(29). 복장부터 눈길을 끈다. 가슴 부분을 반쯤 풀어 헤친 연두색 셔츠, 체크무늬 정장바지, 반짝거리는 손목시계를 찬 정준호의 패션 콘셉트가 ‘럭셔리 왕자’라면 그 옆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틈틈이 손거울을 보며 머리를 매만지는 ‘귀한 공주’ 김정은이 있다. 27일부터 방영되는 SBS 새 수목드라마 ‘루루공주’의 주연을 맡은 두 사람은 ‘패션=연기’라는 이론(理論)에 충실한 모습이었다.
“제가 맡은 ‘박우진’ 역은 중견 건설회사 사주의 외동아들로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인물이죠. 플레이보이 기질도 있고요. 샤프한 ‘박우진’을 연기하기 위해 살을 5kg 정도 뺐고 비싼 브랜드의 옷과 시계, 가방 등도 아낌없이 구입했죠. 하하.”(정)
“이번에는 좋은 옷을 입어서 그런지 ‘파리의 연인’처럼 천방지축 성격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맡은 ‘고희수’ 역은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늘 자유를 갈망하며 답답해하는 인물입니다.”(김)
귀한 공주와 플레이보이의 만남. 실제 이들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아 있을까.
“저는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당당하게 관심을 표현하는 스타일이지만 박우진처럼 여러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지는 않아요.”(정)
“‘루루(lulu)’라는 단어는 ①미인 ②괴짜라는 다소 상반된 의미를 다 갖고 있다는데 그렇게 말하면 다들 제게 ‘넌 ②번이네’라고 하세요. 하하. 희수는 또 ‘예스 걸’이죠. 싫다는 표현도 못하고 화도 못 내는데 저도 사실 그렇답니다.”(김)
‘루루공주’는 ‘KS그룹’의 외동딸 희수가 카리스마 넘치는 플레이보이 우진을 만나면서 사랑에 눈을 뜨는 것이 기본 줄거리다. 그러나 이 둘 사이에 어릴 적부터 희수를 좋아한 KS그룹의 25세 대주주 김찬호(김흥수)가 끼어들며 삼각관계를 만든다. 얼핏 지난해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박신양)-강태영(김정은)-윤수혁(이동건) 라인을 연상시킨다.
“‘파리의 연인’이 워낙 인기작이었기 때문에 부담을 많이 느끼죠. 그런데 ‘파리의 연인’과는 확실히 달라요. 이번 ‘루루공주’는 마치 슈렉이 피오나 공주를 구해주는 느낌이랄까요? 우진 덕분에 틀 안에 갇혀 있던 희수가 바뀌는 식이죠.”(김)
1999년 MBC 드라마 ‘왕초’ 이후 6년 만에 드라마 출연을 하는 정준호도 “떨린다”고 했다.
“박신양 씨와 저를 비교하는 분이 많아요. 드라마도 인기 있었으니 부담이 많이 됩니다. 하지만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아들 나오는 TV드라마 좀 보자’고 성화를 하셔서 6년 만에 드라마 출연하는 건데 ‘별거 아니다’라는 얘기는 듣기 싫습니다. 하하.”(정)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