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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 폭우·100년만의 가뭄 등 유럽 이상기후 몸살

입력 | 2005-07-14 03:08:00


올여름 유럽으로 떠나는 여행객은 나라별로 기상 정보를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무더위와 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폭우로 홍수 위협을 겪는 곳도 있는 등 지역별로 이상 기후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폭우, 우박, 벼락=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 남쪽에 있는 한 병원은 최근 입원 환자들을 모두 대피시켰다. 며칠간 지속된 폭우로 지하실이 수영장처럼 물이 들어찼기 때문.

독일 남부는 며칠 동안 폭우로 불어난 강물이 줄어들기 시작했지만 오스트리아 남서부의 상당수 지역은 여전히 홍수 위기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비에 쓸려 내려온 흙더미로 고속도로와 철로가 끊기는 사태도 속출했다.

크로아티아의 최대 관광지 두브로브니크의 엑셀시오르 호텔에는 갑자기 폭포가 생겨버렸다. 폭풍우가 지붕을 뚫어버려 로비로 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 광장을 걷는 관광객들은 바지를 걷고 다닐 정도로 시내에는 물이 넘쳤다.

인명 피해도 속출했다. 일주일 이상 내린 비로 11개 지방이 비상에 걸린 불가리아에선 적어도 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비는 일주일 정도 더 올 것으로 예상됐다. 루마니아에선 10세 소녀가 벼락에 맞아 숨졌고 이탈리아 북서부 지역에서도 양치기 한 명이 벼락에 희생됐다.

이탈리아 북부는 우박으로 인해 농작물에 큰 피해를 보았다. 얼마 전까지 수십 명이 숨질 정도로 무더위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사람들은 스웨터와 우산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에는 건조하고 무더운 날씨와 궂은 날씨가 맞부딪치는 전선이 형성돼 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무더위, 가뭄, 산불=스웨덴에선 기록적인 더위와 가뭄으로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 헬기가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이미 수만 에이커가 잿더미로 변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가뭄도 여전하다. 스페인에선 지난겨울에서 봄여름으로 이어지는 가뭄으로 국가 전체 물 저장량 가운데 80%를 소진했다고 당국이 밝혔다. 포르투갈 남부에서는 수만 명이 급수를 받아 생활하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포르투갈 국토의 97%가 100년 만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파리 시당국은 수은주가 가끔씩 섭씨 40도에 육박하자 ‘3단계’ 경계를 발령했다. 노인들을 혼자 둬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프랑스 개인병원연합은 이에 따라 더위 피해자들을 대비해 8000개의 병상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