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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대통령 때리기’ 블랙 유머

입력 | 2005-07-14 03:08:00


대통령 취임식 전날 백악관에 초대받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빌 클린턴 대통령 침실에 달린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 금으로 된 소변기를 발견하고 무척 놀랐다. 그는 아내 로라에게 “내일 대통령이 되면 금으로 된 소변기를 쓸 수 있다”며 기뻐했다. 로라는 힐러리와 둘이서 점심을 먹다가 “남편이 백악관의 금 소변기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날 밤 백악관의 마지막 밤을 보내기 위해 침대에 함께 누웠을 때 힐러리가 클린턴의 옆구리를 찌르며 말했다. “여보, 당신 색소폰에 오줌을 싼 멍텅구리가 누군지 알아냈어요.”

▷미국에는 부시 대통령의 지능을 깎아내리고 말실수를 조롱하는 블랙 유머가 많다. 교황이 부시 대통령과 만나 이마를 짚으며 “생각한 것보다 더 바보로군”이라고 중얼거리는 패러디 사진도 인기를 끌었다. 어제 한국에 다녀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국제정세에 어두운 대통령에게 바른말을 서슴없이 하는 가정교사로 불린다. “틀렸어요, 대통령님. 로마는 루마니아(Romania)의 수도가 아니에요.”

▷힐러리 상원의원이 부시 대통령을 ‘주근깨 멍청이’ 만화 주인공에 비유하자 공화당 쪽에서 “벌써 선거운동을 하느냐”며 발끈했다. 동아일보 ‘나대로 선생’ 만화(7월 9일자)가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을 줄여 만든 ‘경포대’ 조어는 금세 유행어가 됐다. 손학규 경기도지사가 이 만화를 인용해 발언하자 열린우리당에서 ‘경기도민들도 포기한 대권병자’라고 들이받았다. 서민들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블랙 유머도 정치인이 사용하면 비수가 되는 모양이다.

▷청와대나 열린우리당으로서는 ‘경포대’ 유행어에 기분이 좋지 않겠지만 그 속에 경제를 잘 챙겨 달라는 국민의 염원이 담겼으려니 하고 참기 바란다. ‘경포대’가 그래도 ‘주근깨 멍청이’보다는 격조가 있지 않은가. 노무현 대통령이 분발해 ‘경포대’가 아니라 ‘경살대’가 됐으면 좋으련만. ‘경제를 살린 대통령’ 말이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