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프로올스타팀과 PSV 아인트호벤의 경기. 고려대의 조성용(오른쪽)이 왼발 프리킥을 날리자 수비벽을 쌓고 있던 아인트호벤 선수들이 긴장하며 막아서고 있다. 아인트호벤의 이영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보인다. 인천=변영욱 기자
모두가 승자였다.
고려대 출신 선수들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세계의 대학으로 거듭나려는 모교를 위해 온몸을 던졌고 PSV 아인트호벤 선수들은 멋진 플레이로 이를 축하했다.
13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고려대 100주년 기념 ‘고려대 100년, 스포츠 100년’ 행사로 열린 네덜란드 PSV 아인트호벤과 고려대 프로올스타팀의 친선경기.
아인트호벤의 1-0 승리로 끝났지만 결과는 중요하지 않았다. 고려대 동문들과 한국축구팬 수만 명이 운집한 가운데 한국 최고 사학과 유럽 최고 클럽이 ‘하나’로 어우러진 의미 있는 경기였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창출한 주역 거스 히딩크 아인트호벤 감독은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가고 있는 고려대 출신 스타들과 자리를 함께 해 기뻤다. 한국은 언제나 오면 즐거운 곳”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프로올스타팀을 이끈 차범근 수원 삼성 감독은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한 아인트호벤 선수들과 히딩크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아인트호벤은 15일 성남 일화와의 2005 피스컵코리아 개막전을 의식해서인지 ‘꾀돌이’ 이영표와 필립 코쿠 등 주전을 벤치에 앉히고 ‘2진’을 선발로 투입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영표와 헤셀링크 등 주전을 투입해 ‘팬 서비스’를 했다.
이날의 유일한 골은 전반 43분 터졌다. 혼전 중에 볼이 아크서클 쪽으로 튀자 호베르트가 쇄도하면서 잡아 오른발로 왼쪽 골네트를 갈랐다.
‘축구 천재’ 박주영은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하다 10일 열린 프로경기에서 다친 오른쪽 네 번째 발가락에 통증이 심해져 6분 만에 최성국으로 교체됐다. 은퇴하고 미국에서 축구행정가를 꿈꾸며 공부를 하고 있는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후반 14분 김정우 대신 교체 투입돼 수비라인을 지켰다.
한편 앞서 열린 고려대·와세다대-연세대·게이오대의 한일 대학 연합팀 축구 이벤트인 ‘영원한 우정’ 경기에선 고려대·와세다대 팀이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또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 옹과 차범근 수원 감독 등 26명에게 ‘자랑스러운 고대 체육인상’을 시상하는 행사도 열렸다.
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