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미슐랭 가이드가 있다면 한국에는 메뉴판 닷컴이 있다.”
온라인 음식점 정보 사이트 메뉴판 닷컴(www.menupan.com)은 해당 분야에서 거의 독보적인 존재다. 주목할 만한 경쟁 업체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메뉴판 닷컴은 1만 개가 넘는 음식점 정보를 제공하고, 150만 명에 이르는 회원 투표를 통해 1년에 한 번씩 베스트 레스토랑을 선정해 발표한다.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메뉴판 닷컴의 이원우(35) 사장은 대학을 중퇴하고 25세에 인터넷 업계에 뛰어들었다. 인터넷 업계에서 10여 년 버틴 기업이 드문 현실과 대비되는 ‘메뉴판 닷컴’의 성공기를 이 사장에게 들었다.
○ 인생은 순서대로 살 필요 없어
이 사장은 동국대 정보공학과 1학년을 중퇴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용산 컴퓨터 업계를 거쳐 1995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7평짜리 사무실을 냈다.
“중학교 때부터 사업 구상을 했어요. 현장에서 경험을 쌓은 뒤 바로 뛰어들었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시작했으면 여기까지 못 왔을 겁니다. 순서대로 살 필요 있나요? 돈 먼저 벌었고, 공부는 지금 하고 있어요.”
그는 국내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진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데이터베이스(DB) 업무를 하다가 사업 방향을 잡았다. “지금 아내가 된 여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였는데 어디서 뭘 먹을지가 골칫거리였어요. 들어갔다가 비싸면 나올 수도 없고…. 당시만 해도 메뉴 가격 정보가 없었잖아요. 그래서 전국의 음식점 메뉴판을 다 모아보자고 시작했죠.”
사업을 본격화한 1997년만 해도 인터넷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음식점에 뿌리는 홍보전단에서 인터넷과 www를 설명했을 정도. 1998년을 고비로 인터넷 붐이 일면서 회원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러나 회원이 늘수록 적자가 불어났다. 음식점이나 회원 모두에게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 본업으로는 수익을 못 내고 홈페이지를 제작해 주거나 솔루션을 파는 부업으로 회사를 꾸렸다. 한 대기업에서 5억 원을 투자받았으나 순식간에 바닥났고 대출금으로 사이트만 겨우 유지했다.
○ 유료화 대신 프리미엄 카드로
문닫기 직전의 메뉴판닷컴에 2001년 구원 투수가 나타났다. 일본 음식점 정보제공사이트 구루메피아가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 음식점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제안해 온 것. 비로소 현금이 돌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음식점에서 홍보비를 받고 정보를 제공해주는 구루메피아의 수익 모델을 차용했다.
“한 달에 3만 원의 홍보비를 받았어요. 돈을 낸 음식점에는 사진을 찍어주고 쿠폰을 발행하는 등 차별화된 홈페이지를 만들어줬습니다. 돈 내라고 설득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업주나 회원 모두에게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무료일 땐 폐업을 해도 전화 한 통 없었지만 돈을 받기 시작하자 메뉴 하나만 바뀌어도 즉시 알려 왔으니까요.”
그래도 적자는 여전했다. 사이트를 유료화하려 했으나 그에 실패한 프리챌의 선례를 보면서 멈칫했다.
이런 고민 끝에 2003년 12월 프리미엄 카드를 내놓았다. 연회비 1만2000원에 카드를 발급받으면 가맹점 800곳에서 10% 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일부 특급 호텔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도 이용할 수 있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발급 직후 1000장이 나갔고, 지금은 전 회원의 10%인 15만 명이 카드를 이용하고 있다. 프리미엄 카드가 매출의 40%를 차지하면서 2004년 회사가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38억 원.
○ 시장은 만들어 가야 한다
업계 선발 기업도 아닌 메뉴판이 사실상 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이 사장은 “새로운 시장의 발굴”이라고 말한다. 출범 당시 선발 회사인 코리아푸드가 3000곳의 음식점 정보를 갖고 있을 때 메뉴판닷컴은 1년 넘게 준비해 6000곳의 정보를 내놨다.
“차별화된 시각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비결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평소에 각종 매체나 책을 눈여겨 보고 늘 아이디어를 궁리합니다.”
이 사장이 만든 새 시장은 ‘호텔365’(www.hotel365.co.kr)로 러브호텔과 모텔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그는 “아내가 말릴 정도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런 정보에 목말라 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았다”며 “음지에 있던 정보를 양지로 꺼낸 셈”이라고 말했다.
‘먹는 정보’를 장악하고 ‘자는 정보’ 제공에 나선 이 사장의 다음 목표는 ‘노는 정보’다. “꿈이요? 최근 외식뿐 아니라 여행 정보도 제공하는 미슐랭 가이드를 인수하는 거죠. 지나쳐 보이긴 해도 꿈은 현실의 동력입니다.”
글=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사진=강병기 기자 arch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