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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아주 저 멀리…엄마 없이 나 혼자 놀 수 있을까

입력 | 2005-07-16 03:04:00


◇아주 저 멀리…/파울 프리스터 지음·나탈리 드루시 그림/24쪽·9500원·큰나

“다니엘, 이번 여름엔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놀러 갈 거야! 근데 어쩌지…. 난 너랑 놀 수가 없단다. 일을 해야 하거든.”

나는 잠자리에 누워 엄마가 하신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어요. 바다에 가면 파도타기도 하고, 모래성도 쌓고, 조개도 줍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이런 건 해마다 늘 했던 건데! 아, 그런데 이번엔 엄마 없이 나 혼자 놀란 말이지?

엄마는 나를 데리고 할아버지 할머니 댁으로 떠났어요. 기차 안에서 엄마는 작은 상자 한 개를 꺼냈어요. “응, 이건 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이란다.”

나는 얼른 상자를 열어 보았어요. 그 안에는 색연필과 가위, 길게 주름이 잡힌 종이가 들어 있었어요. 엄마는 내 손을 꼭 쥐었어요. “하루하루 재미난 일들을 이 종이 위에 차례차례 그려 보는 거야.”

마침내 바다가 있는 자그마한 마을에 도착했어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나를 무척 반겼지요. “에구, 우리 똥강아지, 참 많이 컸구나!”

엄마는 나와 작별하면서 내 뺨에 뽀뽀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어요.

그날 밤 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곁에서 잠을 잤어요. 할아버지는 늙은 곰처럼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할머니는 생쥐처럼 킁킁거리며 가냘픈 신음 소리를 내며 주무셨어요. 나는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아! 내일은 엄마를 위해 그림을 그려야겠다. 늙은 곰과 생쥐 틈에서 내가 어떻게 누워 있었는지 그릴거야!”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난 아이의 여행 이야기가 읽는 이로 하여금 슬그머니 웃음을 짓게 만든다.

언제나 엄마 곁을 맴돌며 칭얼거리던 아이가 난생 처음 엄마와 떨어져야 한다니, 잠자리에서 문득 깨어난 아이는 ‘앙’하고 울음을 터뜨리겠지.

할머니는 훌쩍거리는 아이를 안고 마당을 오가며 이렇게 다독일 거야. “아가야, 엄마가 보고 싶지? 하늘에서 북두칠성을 찾아봐! 엄마도 지금 북두칠성을 바라보며 네 생각을 하고 있을걸.”

시원시원한 푸른색에 여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림이 살갑다. 할아버지랑 할머니랑 아이가 ‘모래자동차’를 타고 가는 그림은 또 얼마나 앙증맞은지. 그림 작가의 열 살배기 아들이 직접 그렸다고.

글쓴이는 마치 자신의 경험을 옮기듯 생생한 터치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 나간다. 바닷가에서 마음껏 뛰노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소나기에 씻긴 여름 한낮의 풍경처럼 싱그럽게 펼쳐진다.

이제 엄마가 돌아올 즈음, 그 짧은 여름날 동안 아이는 몸도 마음도 부쩍 자라 있겠지….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