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실크로드의 최대 중간 거점이었던 신장(新疆)웨이우얼 자치구 성도(省都) 우루무치. 톈산(天山) 산맥 기슭의 시 중심가엔 2∼4층짜리 건물 12개가 맞닿은 건물군이 공룡처럼 자리 잡고 있다. 민간이 운영하는 광후이 유통센터다.
대지 면적 21만2000평에 연건평 40만2200평.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의 54배를 웃도는, 단일 규모로는 아시아 최대다.
톈산 산맥의 파미르 고원을 넘어온 중앙아시아 상인과 알타이 산맥을 넘어온 러시아 상인들로 시장은 늘 만원이다. 2003년 개장한 이후 한 해 평균 거래액은 50억∼60억 위안(약 6500억∼7800억 원).
서부대개발에 따라 서쪽으로는 우루무치를 중심으로 한 신장-중앙아시아 공동경제권, 남쪽으로는 열대의 난닝(南寧)과 쿤밍(昆明)을 거점으로 메콩 강을 잇는 신(新)인도차이나경제권이 태동하고 있다. 1000년 전 실크로드의 영화가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엔이 추진 중인 일본∼부산∼서울∼시안∼우루무치(난닝)∼이스탄불을 잇는 아시아하이웨이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전진 교역지로서 이 두 경제권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게 분명하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동남아 및 중앙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서 최적의 조건이다.
▽떠오르는 양대(兩大) 경제권=타클라마칸 사막 서쪽 끝 파키스탄 국경관문인 훙치라푸커우안. 톈산 산맥과 쿤룬(昆侖) 산맥 사이의 해발 3600m의 고지에 서부와 파키스탄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그 옆 구도로는 교역품을 실어 나르는 차량이 줄을 잇는다. 이처럼 우루무치를 기점으로 중앙아시아 8개국과의 국경 관문을 연결하기 위해 완공됐거나 건설 중인 도로는 총 5000여 km. 2008년 완공을 목표로 신설하거나 복선화할 철로만도 1500km를 웃돈다.
우루무치에서 남쪽으로 3600km 떨어진 광시(廣西) 좡(壯)족자치구 난닝 시. 서부대개발이 시작된 뒤 낡은 모습을 버리고 교역과 호텔, 전시장의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매년 중국-동남아국가연합(ASEAN) 무역박람회(CAEXPO)가 열리고 동남아시아에서 기업인들이 몰려드는 까닭이다.
중국 정부는 또 5일 베트남 태국 등 메콩 강 주변 국가들과 중국 서부를 하나의 경제벨트(GMS·Great Mekong Subregion)로 건설하겠다는 ‘쿤밍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서부의 힘을 바탕으로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은 1999년 13억3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58억4000만 달러로 3배 이상 늘었고, 중국과 ASEAN 간 교역은 같은 해 기준으로 395억1900만 달러에서 1058억 달러로 2.7배 증가했다.
▽사라진 국경=신장과 카자흐스탄 국경 관문인 훠얼궈쓰커우안 부근에선 123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 조성을 위한 기반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물류센터는 국경을 끼고 중국 땅 100만 평과 카자흐스탄 영토 20만 평에 함께 걸쳐 있다.
이처럼 중국 서부의 국경지방 신장은 알타이 산맥 자락에서부터 쿤룬 산맥에 이르기까지 17개 국경 관문을 통해 인근 10개국으로 상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배후 중심지는 우루무치.
이들 두고 1999년부터 우루무치에서 무역업을 시작한 나동연 한성 무역사장은 “우루무치에서 상품공급을 중단하면 카자흐스탄 등 일부 중앙아시아 국가는 경제가 마비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광시좡족자치구의 핑샹(憑祥)과 베이하이(北海), 팡청강(防城港)은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통하는 관문. 핑샹에서는 매일 수천 명이 베트남과 중국 사이를 오가며 변경무역을 하고 있다.
▽한국의 길을 찾아라=신 실크로드를 타고 중앙아시아로 가는 컨테이너에는 한국산도 포함돼 있다. 한국 제품은 인천에서 배로 톈진까지, 톈진에서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우루무치, 다시 알타이 산맥 기슭 국경도시 훠얼궈쓰를 거쳐 중앙아시아로 수송된다.
여기에 드는 운송비는 kg당 1.5∼2달러. 인천에서 카자흐스탄까지 비행기로 수송할 때의 kg당 5∼6달러에 비해 3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새 경제권에서 한국 상품의 승패를 결정짓는 요인은 물류비용 절감과 상품가격 경쟁력. 난닝에서 6년간 중개무역을 해온 유병응 ㈜두림 대표는 “중국에서 비교적 낮은 원가로 생산해 신장과 광시를 통해 주변국을 공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새 경제권의 유통 중심지에 반드시 거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中신장-중앙亞 교역 61% 국경서 이뤄져▼
험준한 산맥 넘어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카스는 중앙아시아와 파키스탄 및 아프가니스탄으로 통하는 옛 실크로드의 중간 거점 도시. 중국-파키스탄 고속도로가 내년 말 완공되면 파키스탄도 대중화경제권에 포함될 전망이다. 카스 부근 해발 3600m의 카라쿠러 호수 인근 도로에서 공사차량과 국경무역 차량이 뒤섞여 파키스탄 국경으로 향하고 있다. 카스=원대연 기자
중앙아시아와 메콩 강 주변 국가들이 중국 서부와 공동경제권으로 엮어지도록 공헌한 것 중 하나가 변경무역.
변경무역은 구매자가 국경을 넘어와 물건을 사간다는 점에서 ‘보따리상’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 규모는 엄청나다. 2004년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의 총교역금액 60억 달러 가운데 61%인 37억 달러가 변경무역으로 이뤄졌다.
신장과 중앙아시아 간 변경무역의 관문인 훠얼궈쓰에서는 도시 인구의 절반가량인 15만여 명이 변경무역업에 종사한다.
신장 변경무역관리국(Frontier Trade Bureau)의 니자티(尼加提) 부국장은 “신장과 중앙아시아는 풍습, 인종 등에서 비슷하다. 이 때문에 사람의 이동에 의한 변경무역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변경무역에 대해 수출입 상품의 가격을 따지지 않고, 대형 컨테이너 1대당 일정 금액의 관세를 매긴다. 정식무역에 비해 관세가 매우 저렴한 셈이다.
베트남과 국경을 맞댄 광시좡족 자치구의 핑샹도 비슷하다.
이곳에서는 베트남 여자들이 수레에 짐을 싣고 국경을 넘거나, 대형 트럭이 국경을 넘나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핑샹의 유동 인구는 9만7000명으로 도시 전체 인구(10만 명)와 맞먹는다. 베트남과의 변경무역이 활발한 까닭이다. 핑샹의 주민 2만 명과 20개 기업은 변경무역으로 하루에 100만 달러 이상을 거래한다.
연간 거래 규모 7억 달러의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천즈펑(陳志峰) 총경리(사장)는 이를 두고 “신경제권 형성의 프런티어는 변경무역 종사자들”이라고 말했다.
반병희 차장(팀장·국제부)
하종대 기자(사회부) 이호갑 기자(국제부)
이은우 기자(경제부) 이정은 기자(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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