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8·15 대사면’을 건의한 데 대해 민주노동당을 제외한 야당은 어정쩡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알아서 하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을 끌어들일 것 없이 대통령이 결단하고 그 책임도 지라”는 식이다. 그러면서도 각 당 내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한나라당 내에는 두 가지 기류가 흐른다. 하나는 “반대는 않는다”(김무성·金武星 사무총장)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무법주의”(전여옥·田麗玉 대변인)라는 비판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정부여당이 여러 루트를 통해 한나라당에 “사면 대상자 명단을 달라”고 요청해 온 데 대해 “우리를 끌어들이지 말라”고 불쾌감을 내비쳤다.
김 총장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대통령이 그냥 권한을 행사하면 된다”며 “자꾸 저쪽에서 명단을 달라고 하는데…. 우리를 끌어들이자는 거겠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법무장관도 안 된다는데 정부가 왜 사면을 서두르는지 모르겠다”며 “생계형 범죄자나 경제사범을 풀어준다며 은근슬쩍 안타까운 동지들을 끼워 넣기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또 “생계형 범죄니 국민 통합이니 운운하는 것은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 국민이 누가 당당히 교도소 문을 나서는가를 보면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여권이 요청한 사면·복권 대상자 명단 제출에 응했다. 민주당은 임창열(林昌烈) 전 경기도지사,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 권노갑(權魯甲) 전 당 고문 등 70여 명의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민주당은 사면·복권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 탓인지 대사면에 관한 논평을 내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서민과 생계형 범죄자들에 대한 사면은 찬성하지만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