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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대표단이 전하는 ‘6자회담 앞둔 북한의 표정’

입력 | 2005-07-16 03:05:00

9일부터 14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유럽연합 의회대표단의 한반도분과위원회 우르술라 스텐첼 단장(가운데)이 1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9일부터 4박 5일간 북한의 평양과 함흥을 방문하고 돌아온 8명의 유럽연합(EU) 의회대표단은 6자회담을 앞둔 북한의 풍경을 “경제 붕괴가 임박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외무성 및 무역성 관리들과 면담한 내용과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 측의 기대, 경제난에 찌든 북한의 실상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패키지 딜(package deal)’ 원한다=EU 의회 대표단이 6자회담과 관련해 북한에서 받아온 메시지는 이번엔 실질적인 진전을 원한다는 것으로 압축된다. 북한은 구체적으로 ‘선(先) 신뢰 구축’과 ‘후(後) 동시 행동’의 원칙에 의한 일괄 타결 방안을 제시했다는 것.

외교안보연구원 김성한(金聖翰) 교수는 “신뢰 구축이란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라는 것이고, 동시 행동의 원칙이란 핵 폐기와 동시에 북-미 수교와 체제안전 보장을 해 달라는 기존의 주장”이라며 “미국에 행동 변화를 다시 한번 촉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번에도 완강히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글린 포드 의원은 “2차 북핵 위기의 주요한 쟁점 중 하나가 북한이 HEU를 보유했다는 것이라는 게 미국의 주장이지만 명백한 증거는 없다”며 “신빙성 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식량 부족으로 경제적 붕괴 직전=대표단의 일원인 제라르 오네스타(프랑스) EU의회 부의장은 “이번 방북에서 느낀 핵심 키워드는 ‘생존’이었다”며 “병원 부지에서 경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보았다”고 말했다.

우르술라 스텐첼 단장도 “한마디로 경제 붕괴가 임박했다는 인상이 들었다”고 진단했다.

로저 헬머(영국) 의원은 “북한의 대외 무역담당 관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북한이 기존의 사회 경제적 모델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며 “이들은 미국의 경제 제재, 천재지변, 사회주의의 붕괴 등 경제난의 원인을 외부적인 요인으로만 돌렸다”고 지적했다.

▽세계무역기구(WTO) 참가를 원하는 이유=일단 미국과의 관계개선 의지가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WTO에 가입하려면 북한의 특수한 법규나 제도를 모두 국제기준에 맞춰야 한다”며 “북한으로서는 강도 높은 개혁과 개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WTO 가입을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옵서버 자격을 얻더라도 실제로 가입을 위해서는 148개 회원국가와 일일이 양자협상을 벌여야 하며 최종 순간에 가서는 회원국 모두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북한이 옵서버로 참여할 경우 의사결정권은 없지만 회의에 참여하며 기구의 작동원리를 배울 수 있게 된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