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아 전쟁기/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김한영 옮김/397쪽·1만5000원·사이
영어로 시저라 불리는 로마의 집정관 카이사르는 기원전 44년 3월 공화파 암살자들에게 난자당해 숨졌다. 그가 독재를 선포한 데 대한 피비린내 나는 반격이었다. 절명 전 그가 “브루투스, 너마저 나를”이라고 읊조린 비극은 유명하다.
카이사르 독재의 기반은 민중의 지지였고, 이는 그가 지금의 서유럽인 갈리아로 진격해 8년간 쌓은 전공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 8년의 세월을 기록한 것이 이 책이다. 엄청난 독서를 통해 비범한 문학적 기량을 쌓은 카이사르의 문체는 간명함 객관성 우아함으로 특징지어 지는데, 이 책은 그 점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세계 전쟁 문학의 고전이라 할 만하다. 싸움의 완급과 진퇴를 가려내는 전략가의 결단들, 격전이 벌어진 뒤 민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대의명분을 분명하게 하는 모습들, 상호불신에 기반한 전쟁 전후의 화평협상 과정이 담담하면서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카이사르에 대한 설명, 당시 지도 무기 복장들에 대한 시각 자료들로 내용을 풍부하게 한 번역본이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