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에선 풀어 주고, 한쪽에선 마구 잡고….’
서남해안 어족자원 보호대책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
수산당국이 매년 치어(어린고기) 방류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불법포획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산종묘 방류=12일 전남도에 따르면 1988년부터 2004년까지 전남도내 해역에 방류된 수산종묘는 전복, 감성돔, 돌돔, 농어 등 10종 1억1000여만 마리로 총 26억9600만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올해도 우량 수산종묘 2000만 마리(사업비 8억500만원)가 방류된다.
특히 10월에는 인공 부화한 민어 치어 10만 마리가 처음으로 방류되는 등 방류사업이 고급 어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7∼9월에 신안군 일대에서 잡히는 민어는 육질이 단단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으로 1kg에 2만∼4만원이나 되는 최고급 어종.
전남 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은 민어 치어 인공 부화에 나선지 6년 만에 양산에 성공해 매년 10∼20만 마리를 서남해안 일대에 방류할 계획이다.
▽마구잡이식 포획=수산종묘 방류사업에도 불구하고 서남해안 일대에서는 치어 불법남획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들어 지방자치단체와 해양경찰서가 불법 남획 등으로 적발한 어선은 50여 척으로 조치볼락과 우럭, 넙치, 감성돔 등 150만 마리에 이르고 있다.
목포해경은 지난달 14일 신안군 흑산면 홍도 해역에서 불법 포획한 조피볼락 3만여 마리를 활어차 10대에 나눠 싣고 부산으로 운반하던 이모(32) 씨 등 10명을 검거했다.
군산해경도 5∼6월 특별단속을 펴 조피볼락 치어 등 60여 만 마리를 잡은 어선 28척을 적발하고 포획 물고기를 풀어 줬다.
일부 어민은 그물코가 촘촘한 불법어구로 10cm 이하의 치어를 잡아 중간상을 통해 마리당 200원 안팎에 양식장이나 횟집 등에 넘기고 있다. 바다에서 잡은 치어는 인공부화 치어보다 어병(魚病)에 강하고 환경변화에 잘 적응해 양식장에서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