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주변으로 제한돼 있는 북한 관광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백두산 및 개성지역 시범관광에 합의함에 따라 본격적인 북한 관광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개성과 백두산 관광이 가능해지면 남한의 북한 관광 수요는 적지 않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실무적으로 합의해야 할 사안이 많아 성공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 백두산과 개성 관광 합의
현 회장이 밝힌 내용대로라면 금강산으로 제한됐던 북한 관광이 백두산과 개성지역으로 확대되고 육로(陸路) 외에 비행기를 이용해 북한을 방문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다음 달 15일 시범관광을 시작한다는 개성은 서울에서 경의선 도로를 이용하면 1, 2시간 거리에 불과해 ‘하루 관광’이 가능하다. 경의선 도로는 10월경 개통될 예정이다.
고려 ‘500년 도읍지’ 개성은 만월대, 선죽교 등 유적지와 ‘송도삼절(松都三絶)’의 하나인 박연폭포 등 관광지가 많다. 당일 관광요금이 금강산 관광(13만 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되면 관광상품으로 인기를 끌 것이라고 여행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중국 쪽에서만 오를 수 있었던 백두산도 이번 합의대로라면 연내에 북한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게 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 쪽 백두산은 중국 쪽과는 전혀 다른 멋을 간직하고 있으며 관리 상태도 좋다”고 말했다.
김윤규(金潤圭) 현대아산 부회장은 북한의 ‘심장’인 평양 순안공항과 평양시를 경유해 백두산을 여행하는 상품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 관광요금 등 걸림돌 많아
하지만 금강산 해로(海路)관광 때처럼 관광요금 등에 대한 북측의 요구수준이 과도하게 높다면 관광사업 자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북한 퍼주기’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또 북한 상공을 통과해 백두산 관광을 하려면 백두산 인근에 있는 삼지연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삼지연공항의 시설이 노후해 현대그룹이 시설개선 비용 중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비용 문제에 대해선 북측과 구체적인 의견을 나누지 못했다”면서 “무리하게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적정한 합의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더욱 큰 변수는 국제정치 상황. 북한이 최근 복귀 의사를 밝힌 ‘6자회담’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북한 관광 논의는 언제라도 중단될 수 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